판사 170여명, FTA 재협상 연구 건의문 완성

판사 170여명, FTA 재협상 연구 건의문 완성

입력 2011-12-09 00:00
수정 2011-1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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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조항은 서부시대 총잡이 역할”사법부 대외적 입장표명 검토도 요청

사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에 제출할 건의문을 완성했다.

9일 법원 등에 따르면 김하늘(43·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님께 올리는 건의문’이란 글에서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TF를 설치해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연구·검토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부장판사가 대표 작성한 건의문에는 부장판사 10여명을 포함한 총 170여명의 판사가 동의를 밝혔다. 그는 전날 완성본을 동료 판사들에게 회람하도록 했다.

김 부장판사는 애초 청원문을 낼 계획이었지만 청원법에 따라 외교통상부 등으로 소관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건의문으로 형식을 수정했다.

그는 건의문에서 “네거티브 방식 개방, 역진방지 조항, 간접수용 손실보상 등의 조항이 불공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조항의 사법주권 침해 소지에 주목했다.

FTA 자체가 법규범으로 효력을 갖는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의회를 통과한 이행법률만 효력이 있는데, 해당 법률을 보면 우리 기업이 과연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밖에 미국 투자자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면 우리 정부가 무조건 중재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ICSID에 미치는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사건에서 승소율 100%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우리 정부는 새 경제정책을 취할 때마다 미국 기업에 소송을 당할까 봐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될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는 ISD 조항은 서부 시대의 총잡이들이 차고 다니는 총과 같다. 굳이 뽑지 않아도 일반인들은 눈치를 보면서 피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재반박하는 의견을 담겼다.

그는 “이제껏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률안에 대법원이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많았고 아무도 비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법관들은 “연구 결과에 따라 한미 FTA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확립하고 필요한 경우 대외적인 입장표명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부장판사는 애초 양승태 대법원장을 직접 만나 건의문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현재 다른 제출 방식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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