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투표 고발’ 이지문 중위 정치학박사 됐다

’부정투표 고발’ 이지문 중위 정치학박사 됐다

입력 2011-08-25 00:00
수정 2011-08-2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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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제 민주주의’로 연세대서 학위

“본인은 보병 소대장으로 있는 현역군인으로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군 부재자투표에서 심한 부정행위가 이뤄져…(중략)…군인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제점을 느꼈습니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1992년 3월22일 오후 9시40분 서울 종로구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 사무실. 당시 육군 9사단 28연대 소속이던 이지문 중위가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한 시간여에 걸친 회견을 끝내자마자 사복 군인들에게 연행돼 영창에 수감됐다.

이른바 ‘군 부재자투표 양심선언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이지문(43)씨가 오는 26일 연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논문 주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고양을 위한 추첨제 도입 방안 연구’.

이씨는 논문에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이 ‘대표’의 문제라고 보고 ‘시민의원단’을 통한 추첨 방식으로 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다양한 사회ㆍ경제적 계층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선거 과정의 각종 부정과 지역감정ㆍ연고주의로 인한 분열을 예방하면서 막대한 선거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투표로 대표자를 뽑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추첨제가 다소 낯설지만 고대 아테네와 중세 이탈리아 도시공화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됐고 오늘날 각국 법원의 배심원제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9년 전 자신의 양심선언이 “잘못된 투표로 엉뚱한 후보가 대표자로 선출된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돌아봤다. 논문은 선거제의 여러 맹점에 대한 고민을 20년 가까이 계속해온 결과물인 셈이다.

양심선언은 평범했던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군에서 파면돼 이등병으로 불명예 제대했고 입대 전 장교 특채로 입사한 굴지의 대기업에도 복직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 데모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은 그는 양심선언을 계기로 사회운동에 눈을 뜨게 됐다. 시민단체 ‘공익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을 꾸려 공익제보ㆍ내부고발자를 상담하고 보호하는 일을 했고 최연소 서울시의원도 지냈다.

요즘은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부대표로 일하면서 각종 기관을 찾아가 반부패 교육을 진행한다.

이씨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제정되는 등 내부고발자 법적 보호는 상당히 이뤄졌지만 ‘배신자’라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반부패 운동을 계속 하면서 정치인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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