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선택제 시행 2돌] “비선호 학교 전락 막아라”… ‘中3 모시기’ 생존경쟁 치열

[서울 고교선택제 시행 2돌] “비선호 학교 전락 막아라”… ‘中3 모시기’ 생존경쟁 치열

입력 2011-06-07 00:00
수정 2011-06-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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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호도 양극화 실태화 문제점

고교선택제 시행 2년을 맞아 서울신문은 직접 학교 현장을 찾아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나타나는 제도 도입의 교육적 효과와 장점 및 단점을 살펴봤다. 수십 대 일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해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손꼽히는 선호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외면받아 1~2차 모집에서 미달을 기록한 비선호 학교를 동시 비교해, 개별학교 교육의 특징과 학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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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교사가 아니라 방문 판매를 하는 영업사원 같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학교를 위해서’라는 교장의 말에 반기를 들 수도 없고….”

강동구 A고교의 사회 교사로 근무하는 B씨는 가을이 오는 것이 두렵다. 2009년 고교선택제 시행 이후 고입 원서를 쓰는 계절이 되면 인근 중학교를 돌아다니며 3학년 담임교사들을 일일이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학교 수업을 오전으로 조정해 오후만 되면 홍보 영상과 포스터를 들고 이 학교, 저 학교를 돌아야 했다. B씨는 “비굴한 얼굴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해야 하고, 학교를 나오기 전에 준비해 간 선물까지 전해 주고 올 때면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가 홍보 전쟁터로 변했다. 학생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2년 전 전격 도입된 ‘고교선택제’ 이후 학생을 끌어오기 위한 학교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홍보비도 덩달아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학교 간 경쟁을 통한 공교육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 뒤에 학생이 기피하는 ‘비선호 학교’로 전락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있는 것이다.

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친 고교선택제에서 1단계 타 학군을 지원한 학생 비율은 각각 14.4%, 10.3%에 그쳤다. 위장 전입을 하지 않고도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당초 기대와 달리 장거리 등하교 시간을 감수하고 다른 학군을 지원한 학생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동일 학군 내 학교 간에는 대학 진학률이 우수한 학교를 선택하기 위한 지원 경쟁이 치열했다.

실제로 광진구 건대부고는 올해 1단계 경쟁률이 19.9대1을 기록한 반면, 같은 권역의 광양고는 1단계에서 정원 20%를 겨우 넘는 1.5대1을 보여 가까스로 미달을 면했다. 학생들의 지원율이 높은 편인 강남권에서도 경쟁률이 가장 높은(서울고·18.9대1) 학교와 가장 낮은(언남고·1.3대1)학교의 차이가 15배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고교에서는 학교장 주도로 별도의 전담 홍보팀을 구성해 지역 중학교 진학 담당 교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선물이나 식사비 같은 촌지성 금품도 주고받는다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D고교의 한 교사는 “한 해 학교 운영비가 2억원 남짓 되는데, 홍보 비용으로만 4000만원가량을 쓰다 보니 학생회 활동이나 주요 행사 예산을 대폭 줄여야 했다.”면서 “간단한 선물이라고 주는 컴퓨터용 저장장치가 4~5만원 선인데, 교사끼리 주고받는 촌지라 서로들 민망해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고교선택제라는 용어 때문에 실제 원하는 학교에 가는 학생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은 상징성만으로 이 제도를 선호하는 편”이라면서 “실제 교육 프로그램보다는 주요 대학 입시 결과나 주변 평판에 따라 지원하는 경향이 커 결국 학교를 과도한 입시 경쟁의 틀로 몰고 가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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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선택제 학생이 직접 학교를 선택하게 한 제도로, 서울시교육청이 2009년부터 처음 시행했다. 학교 선택 방식을 보면 ▲1단계는 학생이 서울의 전체 학교(단일학교군)에서 희망하는 2곳을 골라 지원하면 컴퓨터 추첨으로 해당 학교 정원의 20%가 결정. ▲2단계는 거주지 학교군(일반학교군·지역교육청 관할 단위 11개)에서 2곳을 지원하면 거주지 등을 고려해 학교 정원의 40%를 추가로 추첨. ▲3단계는 나머지 학생을 거주지가 속한 학군과 인접해 있는 학군(통합학교군)에 강제로 배정하게 된다.
2011-06-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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