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노란 애도물결 ‘盧風’ 재점화 될까

빗속 노란 애도물결 ‘盧風’ 재점화 될까

입력 2010-05-24 00:00
수정 2010-05-2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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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1주기 봉하마을 추도식

23일 새벽부터 짙은 안개가 부엉이 바위를 휘감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봉화산을 가리켜 ‘낮지만 높은 산’이라고 했다. 그 산 중턱에 험하게 박힌 부엉이 바위에는 비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바위 아래에서는 노란 비옷이 넘실거렸다. 빗물에 추모식장 주변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했어도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1년 전에도 빗속을 뚫고 달려 왔다는 이광옥(40·서울 광진구)씨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저 바위만 없었더라도 그렇게 가시지는 않았을 겁니다.”라며 하염없이 바위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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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친구 원창희씨가 마지막 박석을 놓고 있다.  김해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친구 원창희씨가 마지막 박석을 놓고 있다.
김해 연합뉴스
●방송인 김제동 추도식 진행

김해시 진영읍에서 봉하마을까지 3㎞ 남짓한 대로에는 노란색 바람개비가 방문객을 안내했다. 그러나 모든 길은 오전부터 주차장으로 변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추모 행렬은 흡사 ‘구도’의 순례길처럼 보였다. 모두 다 ‘노무현 지지자’는 아니었다. 부산에서 일곱살 된 아들을 데리고 온 이명옥씨는 “살아 생전 그에게 한 표만이라도 찍어줬으면 이렇게 미안하지 않을 텐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추모식 사회는 방송인 김제동의 몫이었다. 그는 1년 전 서울광장 노제 때도 구름처럼 모인 추모객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비가 땅에서도 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슬픔을 짓누르며 추모합니다.” 무수한 비를 다 맞으며 행사를 진행하는 그의 모습에 추모객들은 더 숙연해졌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이해찬 전 총리가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도종환 시인이 추모시를 읊었다. “욕되게 살 수 없다며 몸을 던진 당신을 아직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시인의 목소리가 떨렸고, 추모객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1년 전 여기 텃밭을 일구던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날의 비극보다는 당신이 걸어오셨던 길, 당신이 걷고자 했던 길을 기억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며 울먹였다. 숙연함은 절정에 달했다.

추모식이 끝남과 동시에 묘역 준공식이 이어졌다. 시민들의 추모 글귀가 새겨진 박석(바닥 돌) 1만 5000개가 노 전 대통령의 유언에 따라 세워진 ‘아주 작은 비석’ 주변에 촘촘히 놓여 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시민들의 정성이 담겼다. 3대가 함께 박석을 기부한 가족 등 4명의 시민대표가 마지막 박석을 놓고, 조문객 100명이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523마리 나비를 날린 이후 유족과 시민들이 헌화 분향에 나섰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등은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직접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야권 후보 유세 접고 대거 참석

주최 측은 최대한 정치적인 색채를 배제하겠다고 했으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추모객 중 많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을 따르는 사람들이고, 참석한 정치인들도 대부분 그의 뜻을 이어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멀쩡한 대통령을 죽음으로 몬 사람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거의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한다.”면서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봉하에서 이렇게 많은 여러분을 보니 대통령님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들과 지도부 모두가 이날 지역 유세를 뒤로 하고 봉하로 달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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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0-05-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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