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수백억’ 서울·부산 보선… 유발 정당이 일부 부담할 가능성은

‘비용 수백억’ 서울·부산 보선… 유발 정당이 일부 부담할 가능성은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0-08-13 05:24
수정 2020-08-1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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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단체장 귀책… 野 “정당보조금 반납해야”
여야, 관련법 수차례 발의했지만 통과 안돼
민주당, 불리한 법안이라 처리 가능성 낮아
“박빙 구도에선 전략 활용 가능성” 시각도

오거돈(왼쪽)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오른쪽) 전 서울시장. 서울신문 DB
오거돈(왼쪽)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오른쪽) 전 서울시장. 서울신문 DB
838억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 비용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결과 치러지는 보선이라 세금 투입에 대한 불만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다. 원인 제공 정당이 비용 일부라도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은 현실성이 낮은 주장일 뿐일까.

12일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귀책사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반성은커녕 ‘책임정치’ 운운하며 공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끝까지 공천을 내려놓지 못하겠다면 최소한 정당 국고보조금 일체를 반납하거나, 선거 비용에 준하는 금액을 지자체에 기부하라”고 요구했다.

미래통합당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서범수 의원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선거 비용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소속 정당의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위법행위로 재·보선이 치러질 경우 징벌적으로 소속 정당의 보조금을 삭감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15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개 정당에 지급한 선거보조금은 총 440억 7000만원가량이다. 민주당은 약 120억 4000만원, 통합당은 약 115억 5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약 24억 5000만원)과 미래한국당(약 61억 2000만원)이 받은 보조금을 합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여기에 선거보조금과 비슷한 규모의 경상보조금이 1년간 4차례로 나누어 지급된다. 만약 보선 유발 책임이 있는 정당이 보조금을 반납하거나 삭감당하는 일이 현실화되면 수십·수백억의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내년 보선 전까지 이를 가능하게 할 법률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176석을 차지한 거대여당 민주당이 스스로 막대한 정치적·금전적 부담을 뒤집어쓰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인 제공 정당이 재·보선 비용을 대야 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많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며 “특히나 성범죄 의혹 때문에 이뤄지는 내년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부담하는 게 옳지만,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안을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민주당 계열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2013년 19대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이원욱 의원은 재·보선 원인 제공 정당의 후보 공천을 금지하고, 선거 비용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개정안은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앞서 2012년엔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이완영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 법안은 김두관 당시 경남지사 사퇴로 치러지는 보선 비용을 민주당에 지우려는 목적이었다.

당장의 법 개정 가능성은 낮지만 민주당이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일부 비용 부담을 할 수도 있을 거란 시각도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내년 서울시장 보선은 민주당과 통합당 어느 쪽도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이런 구도에서는 원인 제공 책임에 대한 여론 압박이 클수록 민주당이 지난 선거 때 후보가 보전 받은 금액 정도를 관할 선관위에 납부하는 식으로 책임을 지는 선택을 할 수 있고, 한 번 선례가 생기면 정치적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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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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