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MB 국정원, 국발협 설립… 4년간 63억 들여 오프라인 심리전”

[적폐청산] “MB 국정원, 국발협 설립… 4년간 63억 들여 오프라인 심리전”

입력 2017-10-30 23:02
수정 2017-10-31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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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아닌 원세훈 지시에 설립…‘右편향’ 안보교육 DVD 제작 개입

문체부서 8500명 검증 요청 받아 348명 ‘문제 인물’로 선별·통보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던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가 사실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지시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오프라인 심리전’을 위해 2010년부터 4년간 총 63억여원의 예산을 국발협에 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30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 같은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박 전 처장과 원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도록 권고했다.

개혁위는 “국정원은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2010년 1월 국발협을 설립, 2014년 1월 청산 시까지 자체예산 63억여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별도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및 대기업을 통해 2억 9000여만원도 지원했다. 그간 국발협은 박 전 처장이 설립한 단체로 보수 우호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국정원이 자금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혁위 조사 결과, 국발협은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설립해 국정원 예산을 투입했으며 국정원이 임대료 및 상근직원 인건비, 강사료 등 거의 모든 제반경비를 지원한 ‘외곽 단체’로 운영됐다.

국정원은 박 전 처장 재직 당시 보훈처가 배포한 ‘우편향 의혹’ 안보교육 DVD 제작에도 적극 개입했다. 당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의 지시에 따라 심리전단은 2011년 12월 보훈처와의 협의를 통해 안보교육용 DVD ‘호국보훈 교육자료집’ 총 1000개 세트(세트당 DVD 11장)를 제작 완료했다.

개혁위는 박 전 처장 등 관계자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호국보훈 교육자료 DVD에 대해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협찬받았다’고 발언한 것이 위증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보훈처에 통보하도록 권고했다.

개혁위는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국정원이 2014년 2월~2016년 9월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8500여명의 인물 검증 요청을 받아 이 중 348명을 ‘문제 인물’로 선별·통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시인 고은, 방송인 김미화 등을 비롯해 문화계 각 분야 인물이 두루 포함됐다.

개혁위는 “국정원 내 잔존 보고서와 문체부 블랙리스트 명단 등을 종합한 결과, 348명 중 181명의 실명을 확인했다”며 “실명 181명은 특별검사팀이 문체부에서 압수해 공소 제기한 블랙리스트 명단과 대부분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정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2013년 8월부터 청와대에 ‘문화예술계 좌성향 세력 활동 실태’를 보고하고 2014년 1월과 2월 문예기금 지원기준과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 심사체계를 보완해 좌성향 세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특히 2014년 3월 ‘문예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란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대표자 경력·활동(정부비판·시국선언·야권 인사) 등에 따라 소위 ‘문화예술계 주요 좌성향 문제 단체 15개, 인물 249명’을 제시했다. 문제 인물로 분류된 249명은 활동전력과 영향력에 따라 A급(24명), B급(79명), C급(146명)으로 나눴다.

개혁위는 “국정원이 문예진흥기금 선정기관에 좌성향 인물 배제, 정부 보조금 지원중단을 통한 자금줄 차단 등의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향후 문체부 등을 통해 실행된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의 기준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CJ가 ‘설국열차’ 등 ‘좌편향’ 영화를 제작한 데는 이미경 CJ 부회장의 묵인·지원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국정원이 이 부회장을 ‘친노(親)의 대모’라고 거론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정원은 2013년 8월 27일 ‘CJ의 좌편향 문화사업 확장 및 인물 영입여론’이란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영화 ‘광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등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CJ가 장진 영화감독, 최일구·오상진 아나운서, 나영석 PD 등 좌파 세력을 영입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국가정체성 훼손 등 정부에 부담 요인이 되지 않도록 CJ에 강력 경고하고 과도한 사업 확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개혁위는 탄핵 정국에 국정원이 헌법재판소 및 사법부 인사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로 인정할 만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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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7-10-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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