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FTA 대치] FTA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의회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매달렸다

[정치권 FTA 대치] FTA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의회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매달렸다

입력 2011-11-17 00:00
수정 2011-11-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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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도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만 죽고, 몸싸움을 해서라도 처리하면 같이 죽는다.”(한나라당 영남권 재선의원)

“이제 와서 표결에 응하면 우리만 죽고, 몸으로 막다가 끌려나가면 같이 죽는다.”(민주당 수도권 재선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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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놓고 16일 6시간 동안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당내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이명박 대통령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놓고 16일 6시간 동안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당내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여, 대통령 제안으로 모처럼 한목소리

여야가 ‘공멸’의 길로 한발 더 다가섰다. ‘안철수 바람’을 맨몸으로 맞으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절감한 여야이지만, ‘공생’의 길은 한층 더 멀어진 양상이다.

벼랑 끝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아니라 여야, 국회 그리고 우리 정치가 섰다. 지난 4년간 한 번도 슬기롭게 국사(國事)를 결정하지 못한 18대 국회가 다시 멱살을 잡는 모습을 연출하면 의회 정치는 회복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한·미 FTA를 둘러싼 대치가 여야를 넘어 의회 정치까지 위협하고 있는 꼴이다.

여야가 ‘공멸’의 길로 가는 이유는 ‘혼자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민심 이탈로 위태로워진 한나라당은 FTA를 처리하지 못하면 전통적인 지지층까지 등을 돌려 당이 해체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안 처리를 전제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재협상할 뜻을 밝히고, 미국이 호응한 상황이기 때문에 강행처리 명분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동안 수도권 중심의 쇄신파 의원들은 합의처리를, 영남권 중심의 중진 의원들은 강행처리를 주장했는데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한나라당이 모처럼 하나가 됐다.

●야, 야권통합까지 영향 운신 폭 적어

반면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표결에 참여했다가는 존립의 이유조차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이제 와서 표결처리를 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의 ‘보증수표’인 야권통합까지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는 ‘FTA 몸싸움’을 공멸로 보는 동시에 ‘본전치기’로 인식하기도 한다. 둘 다 죽어야 살아날 길이 있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FTA가 어떤 형태로든 처리되면 여야 모두 엄청난 격변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FTA 처리를 핑계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쇄신론 등을 미뤄 놓았다. FTA 국면이 지나가면 당 지도부 교체 및 청와대와의 관계 재정립, 공천 물갈이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본격적인 통합국면을 맞게 된다. 통합의 주도권은 총선과 대선에서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각 정파의 쟁투가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극적 합의 처리해도 정치불신 못벗어”

기존 정치권이 ‘공멸’ 이후 새판 짜기로 어렵게 ‘부활’한다고 해도 FTA 후유증 때문에 민심은 정치권에서 더 멀어지고, 정치권 밖에서 ‘메시아’를 찾으려는 현상은 더 깊어질 게 뻔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처리를 한다고 해도 제도 정치권은 불신을 씻어내지 못할 상황인데, 몸싸움 장면이 연출되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특히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를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찬반을 떠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와 무관하게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그 원인을 FTA 처리 불발에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FTA를 둘러싼 명분과 실리 등 모든 측면에서 여야의 차이가 너무 커 합리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의회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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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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