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퇴… 10·26 재보선 ‘블랙홀’ 속으로

오세훈 사퇴… 10·26 재보선 ‘블랙홀’ 속으로

입력 2011-08-27 00:00
수정 2011-08-2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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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전격 사퇴하면서 정국이 10·26 재·보궐선거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서울시장을 1년여 만에 다시 뽑아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10·26 재·보선은 2011년 하반기 한국 정치의 블랙홀이 됐다. 모든 정치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9월 정기국회는 여야의 날 선 대치 속에 공전과 파행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내년 4월 19대 총선과 12월 18대 대선의 향배를 가를 정치환경을 좌우한다. 뜻했든 뜻하지 않았든 여야는 이제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다. 지난 24일 주민투표에서 일단을 내보인 표심은 여야, 그 누구에게도 승리에 대한 예단을 불허한다. 그만큼 여야의 고민은 깊고 클 수밖에 없다. 여야는 이날부터 사실상 선거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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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별관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 별관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한나라당> 홍준표도 박근혜도 초선 의원들도 “모두가 떨고있다”

●서울시장도 뺏기면 레임덕 가속·朴대세론 타격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표도, 홍준표 대표도, 나 같은 초선 의원도 모두 떨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뜻하지 않게 10월 보궐선거를 맞게 된 여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야당에 서울시장까지 빼앗긴다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빨라지고, 박 전 대표의 ‘대세론’도 흔들리며, 홍 대표의 리더십이 붕괴되는 것은 물론 당장 수도권 의원들의 총선 전망이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오 시장 사퇴 당일인 26일 충격파 속에서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결의를 다진 것도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당장 마땅한 후보가 떠오르지 않는다. “야권에는 조사 대상으로 올려 놓을 후보가 많지만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최고위원을 빼놓고는 딱히 없다.”는 여론조사 전문가(리얼미터 이택수 대표)의 말이 한나라당의 처지를 잘 나타낸다. 한나라당은 일단 내부 공모와 외부 영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 등 선거 전략도 우왕좌왕… 보수층에 기대

선거 구도와 전략을 짜기도 만만치 않다. 우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누가 추진했고,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냐.”는 야당의 파상공세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가 고민이다. 오 시장이 그어 놓은 ‘반(反)포퓰리즘 전선’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를 놓고도 당내에선 의견이 갈린다. 지도부는 “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를 끝장내는 ‘진검승부’를 펼쳐야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장파들은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4·27 보궐선거에 이어 주민투표까지 졌는데, 또다시 같은 전략을 쓰면 필패”라며 노선에 변화를 줄 것을 주장한다.

한나라당이 믿는 것은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똘똘 뭉친 보수층이다. 투표장에 나온 25.7%의 지지층을 바탕으로 중도층을 흡수하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74.3% 가운데 공고한 진보층이 투표장에 나온 사람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25.7%를 보수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민주당> 중도층 흡수 급한데 개인·계파 경쟁 “사욕에 흔들린다”

●심판론만으론 승리 장담 못해

“책임론도 좋고 심판론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10·26 재·보궐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의 고민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가 반드시 민주당에 우호적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기도 하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주민투표에 참가한 215만여명 가운데 보수층의 지지율이 70% 정도라고 보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보수층의 반격 투표도 우려되지만 정작 중도층의 향배가 관건이다.

당내 한 전략통은 26일 “전략과 후보 전술 모두 중도층 확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여권에 대한 심판론과 책임론만으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처럼 자력 기반과 진보·보수 양측에서 공히 인정하는 후보군이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야권의 지형 변동기에 재·보선이 치러지는 점도 걱정이다. 제1 야당으로서 통합과 연대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머리를 짓누른다. 강원 인제군수와 서울 양천구청장 등의 경우 벌써부터 다른 야당의 양보 요구가 들려온다.

●“孫 공천리더십, 통합리더십 판단 잣대될 것”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손학규 대표의 공천 리더십이 결국 통합 리더십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부터 여야 일 대 일 구도를 명분 있게 만드는 데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치 혐오증이 높은 상황에서 여권이 비정치적 인물을 내세울 경우 후보 전술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으로선 이번 재·보선을 철저하게 정치 선거 구도로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재·보선을 둘러싼 여야의 셈법을 떠나 최근 드러나고 있는 당내 상황은 민주당의 복합적인 고민에 무게를 더한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차분하게 선거 전략을 논의하기보다 후보군의 이름부터 들려온다. 개인과 계파별로 정치적 사리사욕부터 앞선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한 재선 의원은 “오세훈 시장의 패배가 결국 개인의 입지를 앞세웠기 때문이라는 반성문이 민주당에도 그대로 적용될 판”이라고 걱정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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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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