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평판 사회] 고향모임 총무가 말하는 ‘향우회’

[新 평판 사회] 고향모임 총무가 말하는 ‘향우회’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5-03-22 18:14
수정 2015-03-23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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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외면하다 30대 후반 자연스레 찾게 돼… 사회생활 넋두리 색안경 쓰고 볼 필요 있나”

평범한 직장인 김모(40)씨는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뒤 줄곧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인생 절반은 고향에서, 인생 절반은 서울에서 보냈다. 한 번도 자신을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는 “나는 ○○도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올해부터는 고향 모임에서 총무까지 맡게 됐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나 향우회에 대한 가감 없는 생각을 들어봤다.

대학에 입학할 즈음 학교 곳곳에는 각종 모임을 알리는 벽보가 한가득 붙어 있었다. 김씨의 고향 모임 벽보도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당연한 듯 횡행하던 후배 군기잡기가 싫었다. 아예 모른 채 지내면 고향 선배들과 엮일 일 자체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울이라는 새 공간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다. 그에게 고향 모임이란 프랑스혁명이 타도하고자 했던 ‘앙시앵레짐’(구체제)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김씨는 고향 모임은 물론 그 흔한 모교 동문회에 단 한번도 참석해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는 같은 고향이라는 모호한 동질감보다는 함께 공부하고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과 맺는 공감대가 훨씬 더 소중했다. 그는 당시 만났던 친구들과 지금도 만난다. 고향만 놓고 보면 제주도부터 서울 토박이까지 십인십색이다. 물론 친구들 중에는 고향이 같은 사람도 여럿 있지만 고향 모임에 관심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고향 모임에 처음 가본 것은 30대 후반이 됐을 때였다. 같은 군(郡) 출신이면서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 모임에 우연히 참석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회사 동료들 중 ○○도 사람들끼리 모이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방 친해졌다. 아무래도 공통분모가 있다 보니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편했다. 친분이 쌓이자 이제는 고향 모임에 참석한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술자리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했다.

그가 고향 모임에 참석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아는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절실하게 느꼈다. 누구를 만나든지 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하나라도 찾아내면 좀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고향, 학교, 종교, 취미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특히 같이 객지 생활하는 처지에 고향이 같다는 건 꽤 효과가 좋은 편이었다. 두 번째 계기는 좀 더 민감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역 간 불평등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당장 정부 고위직부터 법조계 기업 어디를 봐도 특정 지역 출신이 대다수 아니냐”며 “심지어 검찰 주변에서는 특정 지역 사투리를 쓰면 ‘왕실 언어를 구사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솔직히 그런 학교와 지역은 고향 모임도 더 활발한 게 현실”이라며 “능력이 같다면 특정 지역과 특정 학교 출신이 더 승진한다는 건 엄연한 현실”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씨 고향은 이른바 ‘잘나가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그래서 오히려 더 홀가분하게 고향 모임에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고향 모임 하면 인사청탁이나 하는 곳인 양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그만그만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화기애애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 ‘영포회’ 같은 모임이라면 누가 봐도 문제가 있고 제재가 필요하겠지만 서로 고단한 사회생활 넋두리하는 것까지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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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5-03-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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