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생생리포트] 수면 부족에 빠진 美 중·고생… ‘오전 9시 등교’는 그림의 떡인가

[특파원 생생리포트] 수면 부족에 빠진 美 중·고생… ‘오전 9시 등교’는 그림의 떡인가

한준규 기자
입력 2018-11-04 17:36
수정 2018-11-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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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등교시간이 오전 8시에서 9시로 늦춰지면서 청소년 건강뿐 아니라 학습 능력 향상 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불과 1시간뿐인데’라고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시각도 있지만 아침잠이 많은 청소년들의 생체리듬을 감안하면 굉장한 변화이자 긍정적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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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가 운영하는 스쿨버스에서 학생들이 내리고 있다. 페어팩스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가 운영하는 스쿨버스에서 학생들이 내리고 있다.
페어팩스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미국도 중·고교생의 등교 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추자는 논의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중·고교의 등교 시간은 평균 오전 8시 7분이다. 대부분의 수업이 오전 8시 20분에 시작한다. 학교까지의 등교 시간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오전 7시 4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학 전문가들은 미 중·고교생의 등교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청소년들의 생체리듬은 일반 성인보다 3시간 늦게 잠들고, 아침 기상 시간도 3시간 늦다. 이는 멜라토닌 등 수면 유도 호르몬 물질이 방출되는 시간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카일라 월스트롬 미네소타대학 교수는 “같은 수면시간이라도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최소한 2~3시간 정도 늦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각 주정부는 ‘재정’ 문제로 청소년들의 등교 시간을 늦추는 데 난색을 표한다. 도대체 ‘지방정부 재정과 청소년의 등교 시간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미국 사회에서 ‘재정’과 ‘9시 등교’는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바로 ‘스쿨버스’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 대부분은 대중교통으로 통학하지만, 미국은 ‘스쿨버스’ 통학이 보편적이다.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쿨버스는 무료로 운영된다. 통상 한 학교마다 수십대의 버스가 지역을 누비고, 지역 전체로 따지면 상당한 규모의 스쿨버스가 지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 무한정 스쿨버스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오전 8시까지 중·고생을, 오전 8시 30분부터 초등학생을 실어 나르는 등 ‘효율성’ 있는 운영 체제로 유지된다. .

만약 초등학교부터 중·고교까지 동일한 시간대에 스쿨버스를 운영하려면 현재보다 두 배가 넘는 버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9월 캘리포니아 의회가 2021년부터 모두 주 내 공립 중·고생의 등교 시간을 오전 8시 30분으로 늦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도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최종 서명을 거부한 맥락이 이런 사연 때문이다.

미 랜드연구소는 중·고생의 등교시간을 1시간 늦추면 향후 15년 동안 미국 전체적으로 1400억 달러(약 159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분석했다. 랜드연구소 관계자는 “청소년 수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의 감소와 비만 등 성인병 감소, 심리적 안정으로 인한 마약 등 약물중독 감소 등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다”며 “스쿨버스 증차를 해서라도 등교시간을 늦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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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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