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권력자 책사랑이 도서관 관심으로 이어져… 학교 정문과 가까운 곳 등 접근성 높여야”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권력자 책사랑이 도서관 관심으로 이어져… 학교 정문과 가까운 곳 등 접근성 높여야”

입력 2012-09-03 00:00
수정 201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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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전문가’ 유종필 관악구청장

유명한 권력자들은 책을 즐겼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에게 파르가몬 도서관의 20만 장서를 선물받으면서 그와 결혼했고, 나폴레옹은 해외 원정을 나갈 때마다 사서를 한 명씩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권력자들의 책 사랑은 도서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국립도서관을 짓는 7년 동안 건설현장을 49차례나 방문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
“지성의 힘을 키우고, 지식 강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권력자들은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관심을 가져야죠.”

내로라하는 ‘도서관 전문가’로 꼽히는 유종필(55) 서울 관악구청장은 도서관을 활성화하고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권력자들의 인식 변화를 요구했다. 2008~2010년 국회도서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세계 각국의 도서관을 두루 다닌 그는 “도서관은 헤게모니의 역사,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고 흐름을 짚었다. 봉건시대에는 왕과 일부 권력자만 지식을 향유할 수 있지만 르네상스 때 대학도서관이 생기면서 지식의 향유층이 조금씩 넓어졌다. 자본주의 시대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노동자들도 교육을 받으면서 권력은 점차 권력 피라미드의 아래로 더 넓게 확산됐다. “소수가 지식을 독점하던 시대에서 다수가 지식의 수혜를 입는 시대가 되기까지 그 저변에는 도서관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지식의 기반으로서 도서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그는 “도서관은 잘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낮은 곳에 있지만 비상을 꿈꾸고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면서 “그래서 도서관의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해외는 보통 정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도서관을 두지만 우리나라는 제일 안쪽이나 높은 곳에 있다. 그래서는 책을 읽고 싶어 오는 사람들보다는 조용하게 공부하려고 오는 사람들로만 채워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권력자들의 인식 부족 탓이 크다. 유 구청장은 미국 도서관을 예로 들면서 “대부분의 권력자는 도서관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지식 확장이 국가 성장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의미로 미국 의회도서관에는 각 관마다 제퍼슨·매디슨·애덤스 등 의미 있는 대통령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링컨은 의회도서관에서 독서를 즐기며 명연설을 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도서관 사서 출신인 부인 로라를 만나 “지성을 채워넣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드맨해튼 도서관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오바마는 없었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도서관이 대통령을 낳았고, 대통령은 다시 도서관에 관심을 보이면서 미국 지식은 선순환하고 있다.

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는 전문사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미국 도서관 사서는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진 사람들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활동한다.”면서 “사서를 단순히 책을 찾아주는 사람 정도로만 여긴다면 도서관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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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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