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이젠 색안경을 벗자] <2>홀로서기 성공한 미혼모 이야기

[미혼모, 이젠 색안경을 벗자] <2>홀로서기 성공한 미혼모 이야기

입력 2011-05-13 00:00
수정 2011-05-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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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딸린 아이가 있잖아요… 두배로 열심히 살았죠”

‘미혼모’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하지만 모든 미혼모들이 음지에 숨어 사는 것은 아니다. 미혼모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우뚝 선 여성들도 없지 않다. 주변의 냉대와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은 아이를 당당하게 키워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화장품 방문판매 사원인 미혼모 감은남(35)씨. 그녀는 하루 종일 딸아이를 품에 안고 다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집마다 고객을 찾아다녀야 하는 고된 일이지만, 품에 안긴 딸아이를 보면 힘이 샘솟는다. 하루 종일 감씨의 품에 안겨 있느라 아이의 몸엔 빨갛게 쓸린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를 보는 감씨의 마음도 한없이 아파온다. 그러나 손님들을 만나도 낯을 가리지 않고 방긋방긋 웃어대는 아이를 보면 그녀의 얼굴엔 절로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감씨는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에 나가면 동료들이 반겨주고, 제 상황을 이해해 주는 게 큰 힘이 돼요. 아이와 함께 가면 손님들이 더 좋아하시기도 하고요.” 아이를 품에 안은 그녀가 밝게 웃었다.

감씨는 홀로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가족과 동료들의 격려’라고 말한다. 지난해 1월 감씨의 임신 사실을 안 가족과 직장 동료들은 따뜻하게 그녀를 보듬어줬다. 어머니는 “네가 선택한 일이니 힘들다고 하지 마라. 남들보다 두 배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어깨를 토닥였다. 감씨가 다니던 사무실의 동료들은 집까지 찾아와 끼니를 챙겨줬다. 그렇게 감씨는 고된 임신 과정과 출산을 견뎌냈고 예쁜 딸을 품에 안았다.

김윤영(35·가명)씨 역시 홀로서기에 성공한 당당한 미혼모다. 김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던 남편이 떠나 버린 뒤 5살짜리 아들 선호(가명)를 홀로 키우고 있다. 사업을 하겠다며 김씨 명의로 대출까지 받은 남편이 남긴 빚 때문에 그녀는 한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김씨는 좌절 대신 독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질까 봐 일부러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났다. 자기계발과 이미지 변신을 위해 영어학원, 쇼호스트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김씨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일부러 쇼호스트학원을 다녔는데, 매일 카메라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김씨는 평소에는 하지 않던 화장을 하는 등 외모도 정성스레 꾸몄다. 그러자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높아졌다. 그녀는 이전에 하던 여행상품 판매업을 다시 시작해 지난해 12월에는 빚도 다 갚았다.

김씨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일찍 철이 든 아들 선호의 도움이 컸다. 한창 말썽을 부릴 나이인데도 선호는 김씨가 바쁠 때면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곤 했다. 김씨는 “아이는 부모가 하는 대로 닮아가며 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혜선(29·가명)씨는 요즘 어느 때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낸다. 서울시 한부모가정센터에서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업을 듣고, 이샘 컵케이크에서 전문 베이커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배우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이렇듯 김씨가 공부에 열심인 것은 그녀의 최우선 목표인 ‘자립’을 위해서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생활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남편도, 직업도 없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듯 앞으로도 아들과 함께 꿋꿋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한참 걸음마에 재미를 붙여 종종 말썽도 부리지만 김씨는 아이를 위해 오늘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내 삶이 어떻게 됐을까.”라면서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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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샘이나·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1-05-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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