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극복하고 수맥의 힘으로 다시 선 듯”

“불을 극복하고 수맥의 힘으로 다시 선 듯”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4-06-05 00:19
수정 2024-06-0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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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초문학상 받은 이향아 시인

“역대 수상자 한국 문학사에 한 획
그 대열에 끼어 기쁘고 책임 느껴”
시상식 후 공초 묘소 찾아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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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신문 주최 제32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이향아(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시인이 공초숭모회장이자 심사위원장인 이근배(여섯 번째) 시인, 안미현(일곱 번째) 서울신문 마케팅본부장, 유성호(여덟 번째) 문학평론가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신문 주최 제32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이향아(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시인이 공초숭모회장이자 심사위원장인 이근배(여섯 번째) 시인, 안미현(일곱 번째) 서울신문 마케팅본부장, 유성호(여덟 번째) 문학평론가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그동안 왜 나는 불에만 취해서 물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돌아보니 제 시에는 물의 덕성을 찬양하고 칭송하며 쓴 시가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상을 받으면서 마치 불을 극복하고 수맥의 힘으로 다시 일어선 듯 힘이 솟습니다.”

제32회 공초문학상을 품은 이향아(86) 시인은 얼굴에 활짝 웃음꽃을 띠운 채로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 시인은 지난 4월 출간된 시집 ‘모감주나무 한 그루 서 있었네’(시와시학사)에 수록된 시 ‘물의 표정’으로 올해 공초문학상을 받았다.

공초문학상은 한국 신시의 선구자인 공초 오상순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서울신문이 1992년 제정한 상이다. 등단 20년이 넘은 시인의 최근 1년 이내에 발간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 시인은 “공초 선생님은 매우 자유로운 분이었다”며 “공초(空超)라는 이름 뜻 그대로 덜어 내고 비워 내고 벗어나 마치 세계를 가진 듯 풍요로웠고 세계의 주인인 듯 늠름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공초문학상의 역대 수상자 명단을 보면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훌륭한 분들”이라며 “제가 감히 그 대열에 낀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공초숭모회장인 이근배 시인과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27회 수상자), 민윤기 서울시인협회장, 30회 수상자인 최금녀 시인 등이 참석했다.

심사위원장인 이근배 시인은 “수상작에는 ‘누구는 물의 표정을 고요라고 하고 / 어떤 이는 그래도 정결이라 하지만 / 나는 또 하나 순종이라고 우긴다’라는 시구가 있는데 우주만큼 크고 넓은 물의 세계를 단아하게 표현한 시로 공초 선생의 시 정신을 우러르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축사에서 “수상작은 거슬러 흐르는 법이 없는 물의 속성을 통해 겸허하고 조용한 낙하를 택하면서 영원의 길을 찾아 나서는 화자의 마음을 잘 보여 준다는 평을 받았다”며 “서정적 세계가 특유의 울림과 질감과 무게로 전해진 사례라는 평을 받은 오늘의 주인공께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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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 서울 강북구 수유리에 있는 공초 선생 묘소를 찾아 61주기 추모제를 지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신경림 시인을 비롯해 김지하, 정현종, 천양희, 신달자, 정호승, 도종환, 유안진, 나태주, 오탁번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이 공초문학상 역대 수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2024-06-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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