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사회 변혁 ‘386’ 대학생들만의 것 아니었다

8090 사회 변혁 ‘386’ 대학생들만의 것 아니었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5-04-08 11:00
수정 2025-04-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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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의 또 다른 주체 고등학생 운동사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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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7월 20일 전남대에서 광주지역 고등학생 대표자 협의회(광고협) 주최 전교조 지지 고등학생 연합집회의 모습  김대현 제공
1989년 7월 20일 전남대에서 광주지역 고등학생 대표자 협의회(광고협) 주최 전교조 지지 고등학생 연합집회의 모습

김대현 제공


“전교조 교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지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당시 단식 투쟁 중인 선생님들을 따라 제자인 우리도 도시락을 먹지 말자고 반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반에서 열 명 정도의 친구들이 도시락을 먹지 않았다.…우리는 도시락을 그대로 교장실 앞에 두었다. 우리들의 도시락 반납 투쟁은 생각한 것보다 효과가 컸다.”

전교조 전북지부 성고충상담소 양민주 소장이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범 당시를 회상한 목소리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사람들조차도 ‘고등학생운동이란 것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다. 기껏해야 찾을 수 있는 기록도 ‘선생님 사랑해요’로 대표되는 전교조 선생님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순수한 제자들’의 모습이나 전교조 운동의 조력자쯤으로 축소돼 있을 뿐이다.

‘고등학생 운동사’(동녘)는 1980~90년대 한국 사회 진보와 민주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치열하게 싸웠지만, 축소되거나 숨겨진 고등학생운동(고운)을 했던 11명이 각자의 언어로 당시 활동과 고민, 평가를 비롯해, 자기의 삶에 미친 고운의 영향, 한국 사회에서 지니는 고운의 의미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10대 고등학생이 거리에서 투쟁한 것은 근대 교육제도 도입 이후 계속됐다. 일제강점기 광주학생운동, 해방 후 4·19 혁명은 고등학생이 중심이 돼 왔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볼 수 있듯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에서도 고등학생들은 빠지지 않았다. 1989년 전교조 교사 집단 해고, 1991년 5월 투쟁, 2016년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 2025년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까지 10대가 광장에 서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1980~90년 고운이 역사의 뒤안길에 숨겨진 것은 반민주, 반노동 세력뿐 아니라 그들에 맞서는 어른들에게서도 우려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의 되바라진 행동이었고, 학교에서는 체벌과 입시 경쟁이라는 폭력에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필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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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고등학생 학생운동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평민당사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고등학생 운동가들  황순주 제공
1989년 고등학생 학생운동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평민당사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고등학생 운동가들

황순주 제공


고운은 학교 안에서 ‘대통령도 국민 손으로 직접 뽑는데, 학생회도 학생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한다’며 학생회 직선제를 쟁취해 내기도 하고, 사학비리에 저항해 학교를 점거하고 전교생이 시내 행진을 하고 학년 전체가 백지 답안지를 제출하는 등 학교와 싸우기도 하고, 노련하게 협상을 끌어냈다. 새벽에 유인물을 인쇄해 교실 책상 서랍마다 넣어두고, 종이비행기를 함께 접어 동시에 전교생이 날리는 장관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시국 집회에 참여하고, 참교육운동의 또 다른 주체로 명명하고, 전교조 해직 교사들의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강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폐지, 교복과 두발 자유화, 체벌 금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러 필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고운을 기록했기 때문에 통일된 주제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이들이 고운의 기억을 이 시점에서 소환한 것은 “사회운동의 다면성, 청소년 인권운동, 교육 현장, 정치적 존재로서의 10대 등의 기억을 통해 다양한 현재적 의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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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운동사(동녘)
고등학생 운동사(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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