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뭔데?”, “네 인생은 뭐였어?”…무대 위 처절함이 던지는 질문

“정의가 뭔데?”, “네 인생은 뭐였어?”…무대 위 처절함이 던지는 질문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4-27 16:19
수정 2021-04-2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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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정의의 사람들’·‘조씨고아…’ 공연
각자의 정의, 신의 그리고 복수에 대한 질문
탄탄한 연기력과 독특한 연출로 묵직함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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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정의의 사람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극 ‘정의의 사람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누군가는 정의를 위해, 또 누군가는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각자 처절한 시간을 보낸 인물들이 객석에 질문을 던진다. 그토록 절실하게 지켜낸 그것들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난 23일 막을 연 서울시극단 연극 ‘정의의 사람들’ 무대에는 다양한 시공간이 얽혔다. 1905년 러시아 대공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암살 사건을 다룬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는 사건이 일어난 1905년과 카뮈가 글을 쓴 1949년, 그리고 2021년 광화문이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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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정의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다. 촛불과 태극기가 섞인 광화문을 그려내며 현재 관객들에게도 고민을 던진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극 ‘정의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다. 촛불과 태극기가 섞인 광화문을 그려내며 현재 관객들에게도 고민을 던진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정의를 위해 독재자를 암살한 혁명가 이반 칼리아예프가 독방에 갇혀 있는 가운데 과거 속 아지트 멤버들, 현재의 경찰청장과 대공비, 투사들까지 그의 앞에 불쑥 나타나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뇌게 한다.

투사들은 점점 지금 우리의 모습과 가까워진다. 안중근·윤봉길 의사부터 전태일 열사와 여성 노동자들, 페미니스트까지 시대를 거슬러 변해 가는 정의를 비춘다. 결국 광화문광장에 이르러 절반은 촛불을, 절반은 태극기를 들고 서로 시끄럽게 민주주의를 토해 내느라 하나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일침이 나온다. “그래서 니들이 떠들어 대는 정의가 뭔데?”

서울시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문삼화 연출은 “다른 사람의 정의는 귀 닫고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나만의 정의가 그렇게 옳은 정의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무대에서 그려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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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 제공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 제공
지난 9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단 대표 작품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속 정영은 훨씬 처절하다. 기군상의 중국 고전 ‘조씨고아’를 고선웅 연출이 각색해 타의로 복수전에 휘말려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살리기 위해 자기 자식까지 희생한 정영을 중심으로 무대가 흘러간다. 특히 원작에 없던 정영의 아내가 등장해 남의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식을 내어주자는 남편에게 “그깟 약속이 뭐라고, 그깟 의리가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비극성을 더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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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울림을 주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커튼콜 장면. 국립극단 제공
깊은 울림을 주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커튼콜 장면.
국립극단 제공
자식과 아내까지 잃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내놓은 결과로 조씨고아를 지켜 내고 20년간 원수 도안고의 양자로 키워 내지만 복수의 끝에 정영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쓰러진 듯 멈춰 있다. 절실하게 지킨 신의와 끝내 이뤄 낸 복수의 과정을 정영의 애통한 심정으로 함께 따라가지만 마지막에선 “네 인생이 뭐였어? 이제 남은 것이 아무도 없네”라는 말을 들으며 허무함을 맞게 된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토록 달려왔는지, “아버지, 웃으세요”라며 큰 소리로 웃으며 잔치를 즐기러 가는 조씨고아에게서조차 그 의미를 찾기 어렵다. 작품 속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 맞춰 놀고 나면 어느새 한바탕 꿈”이라는 대사는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독특한 연출 등으로 더욱더 깊은 질문을 안게 되는 두 작품은 모두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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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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