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정명훈 빈자리에도 최상의 연주 들려준 서울시향

<공연리뷰> 정명훈 빈자리에도 최상의 연주 들려준 서울시향

입력 2016-01-10 11:16
수정 2016-01-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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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사임 후 첫 정기연주회…에센바흐 지휘로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

지난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사임 이후 첫 연주회를 선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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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정 전 감독이 지휘하려던 이번 음악회의 지휘자는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로 대체됐고 오케스트라의 핵심 멤버인 스베틀린 루세브 악장마저 사의를 밝히는 바람에 이번 공연은 악장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연주 수준은 서울시향의 역대 연주회 가운데서도 단연 최상급이었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음악애호가들은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가슴이 벅차다”는 등의 열띤 반응을 보였고, 객석을 메운 2천300여 명의 관객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연주를 들려준 서울시향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서울시향의 연주 기량은 예술감독이나 악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흔들릴 만큼 불안정하지 않았다. 한때는 “예술감독이 지휘하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듯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객원지휘자가 지휘할 때의 연주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울시향은 어떤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든 한결같은 기량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지휘자의 음악적인 개성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 세계를 펼쳐보일 만큼 유연해졌다.

특히 브루크너의 음악 해석에 탁월한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잡은 이번 음악회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의 연주를 들은 관객들은 “이것이 서울시향의 소리가 맞느냐?”며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공연 후반부에 연주된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은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고난도의 작품으로 꼽힌다. 뛰어난 기량뿐 아니라 이를 넘어선 영적 감흥을 전하는 것이 이 작품 연주에서 가장 어려운 점일 것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작곡가 브루크너는 “예술은 신으로부터 왔으니 신에게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가 “사랑이신 하느님께 바쳤다”고 말했던 교향곡 9번이야말로 신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만하다.

독특한 화성으로 채색된 1악장의 혼란이 광기 어린 2악장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3악장의 고통스러운 절규가 평화로운 E장조의 으뜸 화음으로 마무리되는 그 순간, 힘겨운 고행을 거쳐 마침내 신과 하나가 된 듯 벅찬 희열을 느끼게 된다.

작품에 대한 통찰이 부족하거나 오케스트라의 기량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 여정은 매우 고달프고 지루하겠지만, 에센바흐가 이끈 서울시향의 ‘신으로 향한 여정’은 그야말로 다채로운 만화경과 같았다.

다소 느린 템포 속에 음 하나하나를 곱씹듯 시작된 1악장 초반부터 에센바흐의 지휘봉은 장대한 건축물과 같은 브루크너 음악의 웅장함을 이끌어내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1악장 제2주제의 숭고한 아름다움으로부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1악장 재현부의 그 압도적인 소리에 이르기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소리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대개 저돌적이고 광포하게 표현되곤 하는 2악장은 장난기 넘치는 춤곡처럼 느껴졌고, 2악장 중간부의 놀랄 만큼 가벼운 음향은 멘델스존의 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전 악장 가운데서도 특히 3악장에서 서울시향의 현악 주자들이 들려준 섬세하고도 달콤한 음색은 인상적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서울시향의 현악기군은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에 어울리는 독일식 배치를 택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무대 왼쪽과 오른쪽을 차지하며 서로 마주 보는 상태에서 연주했다. 이런 배치 덕분에 3악장에서 제1·2 바이올린이 선율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쌓아가는 부분의 음향효과는 극대화됐다.

공연 전반부에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최예은의 서정적인 연주도 음악애호가들을 만족시켰다. 최예은은 ‘바이올린 협주곡의 이브’로 불리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특유의 여성적인 섬세함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살린 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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