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공연기획의 달인’ 오병권 전문위원… 내년 ‘녹음 아카데미’ 운영 포부는

서울시향 ‘공연기획의 달인’ 오병권 전문위원… 내년 ‘녹음 아카데미’ 운영 포부는

입력 2013-11-22 00:00
수정 2013-11-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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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첫 대중가수 공연은 내 기획작품, 亞 최초 디지털녹음… 생생한 실황녹음 기대를”

Q:공연을 시작할 때 왜 오보에로 먼저 튜닝하나요?

A:오보에가 음정을 조율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은 악기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융통성이 대단히 좁은 사람인 거죠. 그래서 융통성이 많은 악기들이 융통성이 좁은 악기에 맞춰 주는 겁니다. 그렇다고 오보에 연주자들이 융통성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
오병권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기획 전문위원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이 향상되면 다음으로 중요한 게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베를린필하모닉 아카데미와 같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오병권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기획 전문위원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이 향상되면 다음으로 중요한 게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베를린필하모닉 아카데미와 같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클래식에 관한 모든 질문에 쉽고 친절하게 답해 주는 ‘해결사’가 있다. 매달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시향) 페이스북에서 일반인들의 질문을 받아 블로그에 답을 올려 주는 오병권(58) 서울시향 공연기획 전문위원이다. ‘오병권의 재미있는 클래식’, ‘우리 동네 실내악·관현악’ 등 시향의 무료 공연 해설자로 대중들과 클래식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톡톡히 해온 그가 내년 시향에서 처음 시도하는 ‘녹음 아카데미’를 이끈다. 지난 9월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 마스터클래스, 트럼펫 수석 알렉상드르 바티의 브라스 아카데미에 이어 시향이 앞으로 주력해 나갈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우리나라는 야외나 극장에서의 공연 실황 녹음이 절대적으로 취약해요. 톤 마이스터(음향 전문가)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큰 편성을 다뤄 본 경험이 부족해 소리를 100% 구현해 내지 못하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데 시향이 앞장서려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시향이 연습실에 아시아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초로 디지털 녹음 설비를 갖추면서 가능해진 프로젝트다. 오 위원은 “국내 톤 마이스터들을 통해 기초 이론을 가르치고 시향 단원들이 직접 악기 연주를 해줘서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직접 녹음도 해 보고, 소리를 비교할 수 있는 실습 과정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마이클 파인 시향 자문역이 도이치그라모폰 부사장, 레코딩 프로듀서를 지냈던 만큼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작곡과를 졸업한 오 위원은 원래 중학교 음악 교사였다. 하지만 “교사가 이론 중심의 음악 교육 정책을 바꿀 수 없겠다”는 한계를 절감해 1984년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관으로 입사,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처음으로 대중가수를 세운 ‘팝스 콘서트’ 등을 기획해 화제를 모았다. 1989년부터는 시향으로 옮겨 기획실장, 공연기획팀장 등을 맡으며 24년간 악단에 몸담아 왔다. ‘서울시향의 산증인’으로 오케스트라의 발전과 굴곡을 몸으로 겪고 지켜본 만큼 그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 많다.

“2003년 첫 외국인 상임지휘자였던 마르크 에름레르(러시아)의 죽음이 가장 아찔하고 충격적이었죠. 3회 공연을 예정하고 들어왔는데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계속 취소하더니 지휘봉도 들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렸어요. 안 가겠다는 병원을 억지로 데려갔더니 신장 기능이 완전히 정지해 있더군요. 결국 공연은 다른 지휘자로 대체되고 에름레르는 공연 이틀 뒤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빠른 성장은 늘 그에게 자랑거리다. “2006년 예술감독으로 새로 부임한 정명훈 지휘자에게 ‘언제 말러 연주가 가능해요?’라고 물었더니 그때 정 감독은 ‘택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6개월 뒤 베토벤 시리즈를 끝내고 정 감독이 무대 뒤로 달려오더니 ‘이 오케스트라 너무 잘한다’며 놀라워했어요. 시향의 가능성을 봤구나 싶어 기쁘고 뿌듯했죠.”

“내게 시향은 애틋하고 애정이 그득한 부인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오 위원은 30여년간 클래식을 대중에게 퍼뜨려 왔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쓸데없는 음악 이론을 가르치기보다 악기 하나 쥐여 주는 것, 쉽고 재미있는 음악 교육으로 좋은 청중을 키우는 것, 음악 선생을 그만둘 때 생각했던 숙제가 아직도 제겐 남아 있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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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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