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 → 통사 → 주제사 단계적 교육을”

“향토사 → 통사 → 주제사 단계적 교육을”

입력 2011-05-18 00:00
수정 2011-05-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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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역사교육단체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 모색’ 학술토론회

“지금 교육부(교육과학기술부)가 하는 것은 집필자들에게는 ‘집중집필제’요, 학생들에게는 ‘집중싫증제’예요. 정치적 의도야 정권의 속성이라 치더라도, 이렇게 졸속으로 교과서를 만들라고 요구하면 어느 집필자가 공들여 교과서 쓰고, 어느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공부하는 게 흥미롭다고 여기겠습니까. 이건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망치는 겁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사 교육과정 논란과 역사교육정상화 방안 모색’ 학술토론회에서 최근 한국사 교과서 개편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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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이날 학술대회는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뜯어고치겠다며 교과부와 보수언론이 벌이는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역사교육연구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와교육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11개 역사교육 관련 단체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한 교수는 6종 교과서 가운데 가장 채택률이 높은 ‘미래엔’ 교과서 집필자로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자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한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교수는 “2007 교육과정을 시행도 하기 전에 2009 교육과정을 내밀었고, 그 다음에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면서 그에 맞춰 교과서를 고쳐 쓸 수 있는 기간을 겨우 20일 정도 줬다.”면서 “그래놓고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2년간 준비해 집필한 것을 20일 만에 다 고쳐쓰라고 하는 것이 더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본은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차라리 기존 교과서를 조금 더 쓰면서 문제를 해결한 뒤 교육과정을 개편한다.”면서 “우리처럼 이렇게 1~2년짜리 교과서를 만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선생님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국사 교과서에 ‘왜?’가 빠져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매 단원의 시작이 모두 ‘왜’로 꾸며져 있다.”면서 “그런 비판은 교과서 한번 펴보지 않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초등학교에서 향토사를, 중학교에서 통사를, 고등학교 때 주제사를 배우게 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최근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이 초등학교 때 ‘위인과 국난’을, 중학교 때 ‘정치와 문화’, 고등학교 때 ‘사회경제사’를 가르치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초등학생에게 ‘위인과 국난’을 가르치는 곳은 북한으로, 북한 교과서는 초등학생에게 김일성과 김정일의 반일·반미투쟁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하는 식으로 분류해서 가르치는 것보다 “초등학생에게는 자기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향토사를 가르치고, 중학생에게는 전반적인 역사흐름을 일러준다는 점에서 통사를, 고등학생에게는 분야별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는 주제사를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사 교과서를 역사학 최신 논문 모음집으로 만들어 두면 학생들은 한국사를 ‘징글징글하게 외울 것만 가득한 과목’으로만 받아들인다.”면서 “중고등학생 모두 역사를 전공할 것도 아닌데 ‘역사’와 ‘역사교육’은 어느 정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송지선 구로고 교사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나눠 가르치면 학생들이 종합적으로 이해하리라 생각하는 듯한데 이는 학교 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면서 “집중이수제 도입으로 한국사의 경우 한 학기에 400쪽의 교과서를 다 가르쳐야 하는데 중간고사만 해도 200쪽을 보고 치러야 하는 과목을 어느 학생이 흥미롭게 접근하겠으며, 진도 빼기도 바빠 죽겠는데 어느 교사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업 내용을 구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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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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