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애니’

[뮤지컬 리뷰] ‘애니’

입력 2010-12-20 00:00
수정 201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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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정신 깨우던 그 작품…죽은 캐릭터·엉성한 구성 ‘흠’

귀여운 아기 목소리로 부르는, ‘투~마로우, 투~마로우’라는 노래가 담긴 한 재벌그룹의 공익광고가 기억나는지. 그 노래 ‘투마로우’로 유명한 뮤지컬 ‘애니’(김덕남 연출, 서울시뮤지컬단 제작)가 돌아왔다. 2차 세계대전 직전, 그러니까 대공황으로 미국민이 고통받고 있을 무렵 고아원에 있던 11살 소녀 애니는 우연한 계기로 억만장자 워벅스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워벅스의 눈길을 끌게 된 애니는 그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부모 찾기에 나서고, 애니의 그런 사정이 배 아팠던 고아원장 해니건은 동생 루스터와 함께 부모인 척 가장해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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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976년 초연 당시 토니상 7개 부문을 휩쓰는 등 화제를 모았고, 한국에서도 베스트외국뮤지컬상까지 거머쥔 만큼 완성도 면에서는 검증받은 작품이다. 애니역의 김미랑·손영혜뿐 아니라 애니의 고아원 친구들로 나오는 8명의 아역배우들도 아역배우답지 않은 무대를 선보였고, 악독한 고아원장 미스 해니건 역의 김선경도 전형적이고 과장된 악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 냈다.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한 아역배우 등을 이끌고 10월 이래 준비해온 성과가 역력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워벅스(이영하·주성중)의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죽어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억만장자 ‘돈벌이 기계’ 워벅스가 왜 고아 애니를 집안에 들이는지, 또 왜 하필이면 애니를 집에 들이자마자 그 애에게 매료되는지 등에 대한 구성이 없다.

애니가 중요한 이유는, 애니가 ‘투마로우’ 노래 한 곡, 그 내용이라는 것도 고작 곧 밝은 날이 올 테니 힘내자는 것에 불과한 노래 한 곡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뉴딜정책’이라는 대박 아이디어를 안기는 것에 있지 않다.

그보다 더 애니가 중요한 이유는, 애니의 존재 자체가 돈벌이 기계 워벅스에게 ‘당신도 애니처럼 춥고 배고픈 빈민가에서 헤매던 시절이 있었지.’라고 깨우쳐 준다는 점에 있다. 거창하게 말해 대공황 시절 잊혀졌던 미국민의 프런티어 정신을 다시 되살리자는 작품의 주제의식과 통하는 대목이다. 워벅스는 마냥 사람 좋은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라 왜 자신의 냉혹함이 잘못됐는지 깨닫게 되는 ‘스크루지 영감’ 같은 캐릭터란 얘기다.

그런데 극중에서 워벅스는 말끔하게 차려입고 사람 좋은 웃음만 흘리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FBI마저 마음대로 부려 먹는 재계의 대표자 워벅스가 왜 극 막판에 루스벨트 대통령과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많은 어린이 작품들은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왜 어린이 작품이라면 한수 낮게 보느냐고도 한다. 그런데 정작 어린이 작품을 정말 ‘어린이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런 결함 때문은 아닐까. 28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5만원. (02)399-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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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12-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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