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노점상, 그들은 어디로…

인사동 노점상, 그들은 어디로…

입력 2010-10-16 00:00
수정 2010-10-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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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에서 14년째 노점상을 하고 있는 이영석(61)씨. 15일 인사동 한켠 골목길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풍파가 굵은 주름으로 깊게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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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거리를 불법 점유하고 있는 노점상들이 다음달 1일까지 이면도로로 재배치될 예정인 가운데 15일 오후 인사동에서 한 노점상이 영업을 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서울 인사동 거리를 불법 점유하고 있는 노점상들이 다음달 1일까지 이면도로로 재배치될 예정인 가운데 15일 오후 인사동에서 한 노점상이 영업을 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3년 전 근육암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그는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는 시각장애 1급 판정까지 받았다. 이런 그가 막막한 생계대책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정비계획에 따라 인사동에서는 이제 노점상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뒷골목으로 쫓겨나는 일이 병마(病魔)보다 더 암담하다.”는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노점 없는 곳은 없다. 인사동 노점도 보기에 따라 문화상품이 될 수도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비계획에 따라 종로 일대 노점들을 이면도로로 재배치하면서 마찰음이 잇따르고 있다. 시와 구청은 올 초부터 종로 1~6가 대로에 밀집한 740여개의 노점상을 이면도로로 내보내는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인사동 노점상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다음달 1일까지 노점을 모두 정리할 계획이었지만 곧바로 노점상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구청 측은 일단 “강제정비는 하지 않는다. 22일 공청회를 연 뒤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점상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이면도로로 옮긴 노점상들이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근기 종로노점상연합회 부회장은 “다른 종로 노점상들이 이전할 때 시와 구청에서 홍보대책을 약속했지만 결국 헛공약에 그쳤다.”면서 “이면도로로 간 노점상 중에 이전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는 5%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청 측도 할 말이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노점이라는 게 다 불법 아니냐.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관광객과 주변 상인들의 생각도 엇갈린다. 러시아에서 온 루드밀라 로시코브스키(36·여)는 “어떤 사람들은 노점을 좋아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풍미라고도 할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미국인 개리(62)·폴라(55·여) 부부도 “일반 상점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노점도 한국의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에서도 허가를 받으면 대로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사동에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보통 가게 월세가 수백만원인데 노점상은 돈도 내지 않고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해 영업을 방해하고 시민들 보행에 불편만 준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노점 특화거리 조성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홍보대책을 추진해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형 노점과 생계형 노점을 구분, 도로점용료를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생계형 노점의 경우 무조건 이면도로로 내몰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라도 장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실사해 기업형과 생계형에 대한 차별적인 도로점용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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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0-10-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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