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해야할까 말아야할까”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해야할까 말아야할까”

입력 2010-07-14 00:00
수정 2010-07-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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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서 돌풍 ‘정의란 무엇인가’ 뒤집어 보기

마이클 샌델(57)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24일 출간 이후 12일 현재 12만부가량 팔렸다. 인문서로는 2002년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이후 8년 만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1위 자리를 꿰찼다. 자기계발서가 장악한 출판계 현실에서 모처럼 진지한 주제의 책에 쏟아지는 열렬한 반응은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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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돌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 대학 강의 모습.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 소크라테스식 수업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 인문서로는 8년만에 국내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작은 사진은 한국판 책과 샌델 교수. 김영사 제공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돌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 대학 강의 모습.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는 소크라테스식 수업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 인문서로는 8년만에 국내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작은 사진은 한국판 책과 샌델 교수.
김영사 제공


●하버드 샌델교수의 정치철학 강의서

김비환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완고한 공동체주의자(communitarianist)들은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대 공동체주의자로 꼽히는 샌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동체주의란 자유주의에 기초한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개인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묶어보자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이 공동체주의자의 대표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학계는 공동체주의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박정희식 민주주의’라는 쓴 기억을 떨쳐내지 못해서다. 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던 박정희 정권의 잔재가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한국적 풍토에서 공동체주의를 적극 환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학계의 얘기다.

대표적 우파 이론가로 꼽히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공동체주의에 긍정적이면서도 자신의 사상을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대신 ‘공동체 자유주의’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동체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우리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꺼려진다는 판단인 셈이다.

공동체주의의 세계적 이론가로 꼽히는 찰스 테일러가 몇 년 전 한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공동체주의는 한국에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얘기를 (한국학자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무거운 주제를 툭툭 던지는 강의처럼 재미있게 접근한’ 인기비결을 감안하더라도 ‘정의란’의 돌풍은 무척 역설적이다. 출판사(김영사)조차 “의외”라는 반응이다.

공동체주의에 대한 논란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법학자이자 현대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로널드 드워킨 미국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공동체주의를 두고 “필연적으로 보수주의로 빠지고, 심지어는 전체주의까지 옹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공동체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썼던 샌델 교수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공동체주의라는 표현을 피하는 실정이다.

이는 개인의 보편적 인권을 공동체에 종속된 것으로 보는 공동체주의 자체의 이론적 문제점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이라는 ‘단일 공동체’ 전제에서 출발한 것도 공동체주의의 결정적 한계다. 현실 속의 다양한 공동체 간 갈등에 대해서는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종시·선거·지역 갈등에도 대비

예컨대 ‘정의란’에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군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려줬더니 반군에게 미군의 위치를 알려줘 결국 미군이 희생당한 얘기가 나온다. 샌델 교수는 이 딜레마를 들어 “미군은 민간인을 죽였어야 했을까, 그래도 살려줬어야 했을까.”라고 묻는다. 하지만 좀더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이라는 공동체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공동체를 군사적으로 장악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세종시 논란에서 나타난 서울 공동체와 충남 공동체 갈등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강남3구 공동체와 그 외 공동체 간 갈등은? 등의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3차원적 권력’ 개념으로 유명한 스티븐 룩스 뉴욕대 교수는 “공동체주의는 새로운 관념이 아니며, 심지어는 오래된 관념의 새로운 변종도 아니다.”라며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어떻게 하면 연대를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아주 오래되고 일반적인 자유주의 딜레마에 답하기 위한 또 한번의 노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개인을 절대시하는 자유주의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를 끌어왔지만, 갈등 단위를 개인에서 공동체로 바꿔치기한 데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샌델은 애국심이나 가족 배려 등을 중시하는 우파 입장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좌파적으로 오독(誤讀)되고 있다.”는 한국 보수진영의 불평에도 일정 부분 답을 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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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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