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도서정가제 논란

다시 불붙은 도서정가제 논란

입력 2010-02-25 00:00
수정 2010-02-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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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할인율 10%제한 개정안 추진

도서 정가제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 책에 대해서만 할인 폭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경쟁원리에 어긋나고 소비자 권익도 외면한다는 주장과, 단순한 경쟁원리 도입은 문화산업이라는 출판업의 특성을 외면한 처사이자 이로 인한 과도한 할인경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생존을 건 싸움이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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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 예고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오는 7월1일 발효 예정인 개정안의 핵심은 도서 정가(定價)제 부활이다. 정가제란 나온 지 18개월이 안된 신간도서의 경우, 할인 및 경품 제공 범위를 책 값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지금은 최대 19%까지 할인이 가능해 정가제가 깨진 상태다. 이 할인 폭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인터넷서점·소비자 vs 오프라인서점·출판계

문제는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가 개정안에 제동을 걸면서 비롯됐다. 규개위는 지난 18일 “현행 할인률(19%)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유리하다.”며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개정안대로라면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의 할인 혜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책을 살 때마다 쌓아주는 마일리지 혜택도 축소 내지 폐지가 불가피하다.

인터넷서점협의회 측은 24일 “지금은 10% 책값 할인과 별도로 마일리지나 상품권을 9%까지 적립해주고 있지만 할인 폭이 19%에서 10%로 줄어들면 할인 혜택을 대폭 줄일 수 밖에 없다.”며 규개위 결정을 환영했다.

소비자들도 개정안이 반가울 리 없다. 네티즌들은 즉각 ‘도서 정가제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지금까지 1만 5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출판계와 2000여개 오프라인 중소서점들은 발칵 뒤집혔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 관련 9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규개위 심의 결과는 도서 정가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자 출판계를 고사시키는 반문화 정책”이라면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은 물론 규개위원장인 정운찬 국무총리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철희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이 당장 매력적인 만큼 도서 정가제를 반대할 수 있겠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터넷서점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체 출판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인터넷 서점들이 할인 판매율을 높이면서 출판사 쪽에는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한다는 주장이다. 한 회장은 “이렇게 되면 책 값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고 역설했다.

●공정위 “문화부가 첫 단추 잘못 꿰”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나기주 문화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규개위 안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할인율을 개정안(10%)보다 더 늘려야한다는 취지인 만큼 그에 맞게 법률이나 시행령을 고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개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해 현실적으로 작업이 버겁다. 그렇다고 상위법 규정(10%)을 뛰어넘는 19% 할인 내용의 시행령을 만들 수도 없는 처지다. 7월1일 이전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면 자칫 무한할인이 가능한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초 책값 할인 폭을 10%로 묶으려한 문화부가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반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회의 경품고시 도서관련 부칙(판매가의 10%까지 경품 제공 허용)을 오는 6월 말 폐지하기로 한 것은 경품 등을 활용한 자유로운 마케팅 경쟁으로 소비자가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문화부가 규개위 심의를 받아들여 소비자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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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삼 유대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2-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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