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Zoom in]낙태 허용기간 알려주는 日성교육… 보수진영·교육단체간 수위 논란

[월드 Zoom in]낙태 허용기간 알려주는 日성교육… 보수진영·교육단체간 수위 논란

김태균 기자
입력 2018-05-01 22:44
수정 2018-05-0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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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임신 사회 문제로 토론

참관 의원 성관계 단어에 난색
교육위 성교육 시정조치 요구
교육계 “교육현장 재량 짓밟아”

한 중학교에서 있었던 ‘수위 높은’ 성교육 수업이 일본 사회에 논란의 불을 댕겼다. “중학생이 배우기엔 너무 적나라해 오히려 비교육적”이라는 주장과 “요즘 학생들의 가치관과 행동방식에 맞춘 현실적인 성교육”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낙태 이미지
낙태 이미지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5일 일본 아다치구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성교육 수업이었다. ‘나의 성적 행동에 대해 생각한다’라는 주제의 이 수업은 학부모와 교육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열렸다. 성 관련 지식을 소개하고 학생 간 토론을 통해 주요 사회 문제로 부각된 중고생 임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수업에서 교사는 젊은층의 원치 않는 임신이 빈곤으로 이어지는 문제, 고교 1학년의 낙태 수술 건수가 그 이전까지의 3배에 이르는 현실 등을 소개했다. 수업은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여건이 되기 전까지 성관계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 지었다. 피임하는 방법이나 합법적 낙태 수술 허용 기간 등 실용적 지식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도쿄도 의회의 자민당 소속 고가 도시아키(71) 의원은 같은 달 26일 도의회 문교위원회에서 학교와 교장, 교사의 실명을 적시하며 “‘성관계’, ‘피임’, ‘낙태 수술’ 등의 단어를 동원한 것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무시한 부적절한 성교육”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교 현장에 대한 시정조치를 도쿄도 교육위원회(우리나라의 교육청)에 요구했다. 이에 도교육위 간부는 학교가 속한 아다치구 교육위원회(교육지원청)에 대한 지도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도교육위는 “성관계라는 단어는 보건체육 학습지도요령에 나와 있지 않고 피임과 낙태 수술도 고등학교에서나 다뤄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학습지도요령 등에는 중1 과정에서 ‘남자에게는 사정, 여자에게는 월경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임신이 가능해진다’고 가르치라고 돼 있을 뿐 성관계에 대한 교육은 나와 있지 않다. 중3 과정에서는 “(에이즈 등) 감염을 예방하려면 성적 접촉을 하지 말고 콘돔을 사용하는 것 등이 유효함을 가르치라”고 돼 있다. 이 경우에도 ‘성관계’ 등의 명시적 표현은 나와 있지 않다.

도교육위의 방침에 교육 현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교사·교수와 의료계 등으로 구성된 ‘인간과 성 교육연구협의회’는 지난달 6일 “교육에 대한 도의원과 도교육위의 부당 개입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성교육협회의 2011년 조사에서 성관계 경험이 있는 고교생은 여자가 22.5%, 남자가 14.6%였고 2015년과 2016년의 고등학생 임신은 2000건이 넘었다.

도교육위는 교육 현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근 도내 모든 산하 교육위원회에 “아다치구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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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8-05-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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