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위협 없다” 평가…트럼프, 명분 없는 전쟁 밀어붙였나

“이란 핵위협 없다” 평가…트럼프, 명분 없는 전쟁 밀어붙였나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6-03-20 00:21
수정 2026-03-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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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대중을 향해 자신의 유행어인 “넌 해고야”의 제스처를 취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15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대중을 향해 자신의 유행어인 “넌 해고야”의 제스처를 취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이란 핵 위협과 관련한 핵심 평가를 상원 청문회 공개 발언에서 제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전쟁 명분이 미 의회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쟁 3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 열린 이번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는 정보수장들의 첫 공개 설명 무대였지만, 백악관이 내세운 ‘이란의 임박한 핵 위협’을 정보당국이 명확한 평가로 재확인하지는 못했다.

개버드 DNI 국장과 존 래트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카쉬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은 18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 전쟁 관련 정보 판단을 추궁받았다. 청문회 직전에는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이끌던 조 켄트가 사임하며 파장이 더 커졌다. 켄트는 공개 서한에서 “이란은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고 주장해 행정부의 개전 논리를 정면으로 흔들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개버드가 의회에 사전 제출한 준비원고와 실제 공개 석상에서 읽은 발언본 사이의 차이였다. 상원 정보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개버드의 준비원고에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의 결과 이란의 핵농축 프로그램은 파괴됐고, 그 이후 재건 시도는 없었다”는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국가정보국(DNI)실이 공개한 ‘실제 낭독본’(as delivered) 모두발언에서는 이 대목이 빠졌고, 대신 “이란은 12일 전쟁 때 입은 핵 인프라의 심각한 피해로부터 회복하려 했다”는 취지의 표현이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도 개버드가 공개 발언에서 준비원고와 다른 설명을 했다고 짚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내세운 ‘임박한 핵 위협’ 명분과 정보당국 평가가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조너선 오소프 상원의원이 “이란 정권이 임박한 핵 위협이었느냐”고 묻자, 개버드는 “무엇이 임박한 위협인지는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오소프는 이에 “그것이야말로 정보당국의 책임”이라고 맞받았다.

래트클리프 CIA 국장은 행정부 방어에 더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켄트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란이 미국에 “즉각적 위협”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청문회에서 정보수장들이 백악관이 사용한 표현 그대로 ‘임박한 핵 위협’을 정보공동체의 합의된 판단으로 또렷하게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개버드가 끝내 그 표현을 정보평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의 미국 본토 위협 문제에서도 정보당국의 공식 문건은 보다 신중했다. 개버드의 준비원고와 연례위협평가(ATA)는 이란이 우주발사 기술 등을 바탕으로 2035년 이전 군사적으로 실용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는 당장의 직접 위협이라기보다 중장기적 잠재 위협에 가깝다.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둘러싼 설명에서도 엇박자가 드러났다. 청문회에서 개버드와 래트클리프는 정보당국이 오래전부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평가해 왔다고 인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경고를 보고받고도 무시한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고 전했고, 로이터 역시 트럼프가 개전 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역내 보복 가능성을 사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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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행정부 엄호에 나섰다. 톰 코튼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란의 미사일 전력과 대미 적대성 자체가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고, 래트클리프도 이란 위협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정보당국의 공식 평가와 백악관의 전쟁 수사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오히려 부각했다. 특히 개버드가 준비원고의 핵심 대목을 실제 발언본에서 빼고, ‘임박한 핵 위협’ 판단은 대통령 몫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개전 명분은 한층 더 거센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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