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던 韓입양아, 37년 살던 美서 추방…“한국 정부도 책임 있다” 호소

학대받던 韓입양아, 37년 살던 美서 추방…“한국 정부도 책임 있다” 호소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4-10-30 10:56
수정 2024-10-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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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크랩서씨 인터뷰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크랩서씨 인터뷰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돼 37년을 살다가 강제 추방당한 한인 남성 애덤 크랩서(49·한국 이름 신성혁)씨의 사연을 외신이 집중 조명했다.

미 CNN 방송은 지난 28일(현지시간) ‘고향이라고 부를 수 없는 나라에서 보낸 수십년, 한국인의 미국 입양 악몽’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크랩서씨는 4살이던 1979년, 두 살 터울 누나와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러나 남매는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파양됐다.

이후 크랩서씨는 누나와 떨어져 다른 집으로 입양됐으나 거기서도 학대를 당했다. 그의 두 번째 양부모는 1991년 아동 학대로 체포됐고, 크랩서씨는 또 다시 파양돼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양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해주지 않아 사실상 불법체류자 신세였던 크랩서씨는 결국 2016년 강제 추방됐다. 베트남계 미국인 아내와 두 딸을 미국에 둔 채였다.

그는 2019년 낯선 고국인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시작해 지난해 입양 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1억원 배상 판결을 얻어냈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가족이 있는 미국 땅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CNN은 크랩서씨 사연을 놓고 “악몽같은 수십년”이라면서 “부당하게 해외 입양인 수만명을 시민권 없이 잊히게 만든 미국 법의 결함으로 꼽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크랩서씨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모든 걸 해봤지만 안됐다”면서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저는 딸을 돌보고, 딸의 삶에 함께 있고 싶다. 딸의 아빠가 되어 살면서 나는 갖지 못했던 것을 딸에게는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나는 끼어있는 신세”라며 “양쪽 사이에 낀 채로 일생 대부분을 살았다. 하지만 내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아이들도 고향이 없는 채로 살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한국과 미국 어디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없었던 크랩서씨의 삶은 그간 양국 언론에서도 조명해왔지만 지난 23일 서울 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크랩서씨는 지난해 1심 판결이 한국 정부의 책임을 비껴갔다며 항소했고, 홀트는 ‘당시 입양 기관으로 직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며 각각 항소한 상태다.

크랩서씨는 이날 법정에서 “나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아는 모든 건 미국 문화이며, 누구도 내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고향이라고 생각한 미국과 단절된 처지라고 호소했다.

크랩서씨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2024 입양인 시민권 법안’이라고 CNN은 짚었다. 지난 6월 발의된 이 법안은 해외 입양아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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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크랩서씨는 미 의회의 이전 사례로 볼 때 “아마도 우리 때에는 통과되지 못할 것 같다”며 씁쓸한 회한을 감추지 못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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