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초래한 서브프라임에 육박하는 미 학자금 대출

금융위기 초래한 서브프라임에 육박하는 미 학자금 대출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11-22 14:53
수정 2020-11-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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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연방학생대출 프로그램으로 인해 무려 4350억달러(485조 9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같은 손실 규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 프라임 모기지 손실 규모에 근접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교육부가 올해 초 연방정부가 보유한 학자금 대출 1조 3700억달러(1532조원)를 검토한 결과, 채무자들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9350억달러(1044조 4000억원)를 상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나머지 4350억달러는 납세자에게 전가된다. 분석은 정부 회계기준에 따른 것으로, 약 1500억달러(167조 5000억원)의 사기업 부채는 포함하지 않았다. 학자금 대출은 미국에서 신용카드 대출과 자동차 대출을 웃돌고 모기지 대출 다음이다. 채무 부문에서 두번째로 크다.

학자금 대출 손실 증가 규모는 정부가 향후 10년 간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를 측정하는 정부의 계획보다 훨씬 가파르다. 2004년 2500억 달러에서 15년 만에 1조 3700억달러로 늘어났다. 지난해 의회 예산국은 학생대출 프로그램이 행정비용을 포함해 315억 달러(35조 1000억원)가 들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수십년 간 ‘묻지마 대출(no-questions-asked lending)’ 결과 정부는 악성 부채가 쌓인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에 따르면 민간 기업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535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악성 학자금 대출 부채가 금융위기를 촉발할까. 민간 채권자와 달리 미국 정부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손실을 흡수하고자 저리로 수조 달러를 빌려올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납세자들이 갚아야 한다. 의회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다른 예산을 깎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와 같은 대격변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에 연방정부는 일부 대학이 인플레이션율보다 학비를 훨씬 더 높이 인상하는 등의 기존 대출 관행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재무부에서 근무한 콘스탄티 야넬리스 시카고대 교수는 “여기에는 시장 원리가 없다”며 “2007~2008년 우리는 위험에 베팅한 많은 대부자들이 파산하는 것을 봤지만, 학생 대출 시장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매년 6000개 이상의 대학 학생들에게 1000억 달러(111조 7000억원) 이상을 대출하고 있다. 이같은 대출은 학생의 학점이나 전공 분야, 졸업후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는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미국행동포럼(AAF)을 이끄는 더글러스 홀츠 에킨 전 의회예산국(CBO) 국장은 “대출자의 자질, 상환 능력, 대출의 효과를 평가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며 “결국 납세자가 계산서를 들게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기 위한 행정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학자금 대출자 1인당 1만 달러(1117만원)를 탕감하는 법률 제정을 거듭 지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인 8명 가운데 한 명 꼴인 약 4500만명이 학자금 대출을 갖고 있다. 평균 금액은 약 3만달러(3351만원)였다. 대출자의 6% 만이 10만달러 이상의 대출을 갖고 있다. 파산 또는 채무 불이행 비율은 11.4%에 이르지만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일시 해고 등으로 채무 불이행률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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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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