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 장벽’ 국가비상사태 선포해 예산 확보…민주, 강력 반발

트럼프 ‘국경 장벽’ 국가비상사태 선포해 예산 확보…민주, 강력 반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02-16 08:14
수정 2019-02-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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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
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9.2.16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 동안 관련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오던 민주당에 대해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 권한을 이용, 대선 공약인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강력 반발하며 향후 워싱턴 정국이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폭력조직, 인신매매 등은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라면서 “오늘 국가비상사태 선포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예산을 재배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국경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남쪽 국경에서 안보 위기에 처할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장벽 건설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역대 미국 정부에서 국가비상사태는 58번 선포됐다. 1979년 이란 인질 사태, 2001년 9·11 테러, 2009년 신종 플루 확산 등의 사태에 역대 대통령들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대부분 테러와 분쟁, 보건 문제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발동됐던 것과 달리 국가 장벽 건설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1977년 이후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여러 차례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서명했다.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대통령은 서명했고,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후 국가비상사태 선포문에 서명하고 상·하원에 서한과 함께 발송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국방부와 군사 건설 사업 예산 36억 달러, 마약 단속 예산 25억 달러, 재무부의 자산 몰수 기금 6억 달러 등 70억 달러가 국경 장벽 건설 예산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전날 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서명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일단 막아놓은 뒤 전격 이루어졌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예산안에서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은 13억 7500만 달러가 배정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예산안을 거부했다가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이어진 셧다운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일단 예산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예산안을 거부하는 방식으로는 승부를 걸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국경 장벽 건설을 포기하면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민주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거세게 반발했다. 국경을 둘러싼 문제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대통령의 의회 예산권 방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대통령의 행위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헌법에 부여한 의회의 배타적인 예산 권한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회는 의회에서, 법원에서, 대중 속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헌법적 권한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은 공화당 내 반대파를 규합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막는 내용의 입법을 시도할 계획도 수립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법적 도전에 직면할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법원에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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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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