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결혼은 남녀 결합’ 反동성애 개헌 투표율 미달로 무산

루마니아 ‘결혼은 남녀 결합’ 反동성애 개헌 투표율 미달로 무산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8-10-08 11:39
수정 2018-10-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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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신임 투표 성격으로 변질...투표율 20.4%로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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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동성애 단체 관계자들이 7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가 진행된 7일(현지시간) 수도 부큐레슈티에서 동성애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큐레슈티 AP 연합뉴스
루마니아 동성애 단체 관계자들이 7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가 진행된 7일(현지시간) 수도 부큐레슈티에서 동성애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큐레슈티 AP 연합뉴스


루마니아 의회가 현재 ‘배우자 간의 결합’으로 규정한 헌법상 결혼의 정의를 ‘남자와 여자 간 결합’으로 개정하기 위한 개헌 국민 투표를 실시했지만 유효 투표율 미달로 무효 처리됐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보수 종교계의 요구에 따른 투표였지만 국제 인권단체의 반대 목소리와 함께 투표 자체가 집권당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으로 변질되면서 동력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개헌 찬반 국민투표에서 유효투표율이 20.4%로 집계돼 유효한 최소투표율 30%에 미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부부 개념을 ‘배우자 사이 결합’에서 ‘남녀결합’으로 고치는 개헌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것이다. 헌법상 결혼의 정의를 이성의 결합으로, 가족을 이성 부부에서 비롯된 혈연관계로 명시하는 것이다.

이는 루마니아 사회의 뿌리 깊은 정교회(기독교)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300만명이 개헌 청원에서 서명했다. 인구 2000만명의 루마니아는 국민의 86.5%가 동방정교, 6.1%가 개신교, 5.4% 가톨릭으로 종교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루마니아 정교회는 “이번 국민투표는 가족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일이자 영원한 가치와 일시적인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영적 성숙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소수자단체는 개헌안이 통과하면 동성결혼 합법화가 극도로 어려워지고 성소수자 혐오가 심해질 것이라고 개헌안에 반대했다.

국민투표 실시에 하루 앞선 지난 5일 유럽의회 의원 47명은 루마니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개헌은 성소수자 가족 뿐 아니라 한부모 가정, 비혼 유자녀 가정, 조부모 가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제 앰네스티 역시 “국민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차별을 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민투표를 앞둔 지난달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각각 루마니아와 벨기에 국적의 남성커플이 이성부부 가정과 동일한 권리를 요구한 소송에서 원고의 요구가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무엇보다 이번 국민투표는 집권 사회민주당(PSD)에 대한 신임 투표로 여겨졌다. 루마니아 국민들에게는 사민당 정부가 반부패 정책 후퇴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고 지지율을 다지려는 의도로 이번 개헌 추진에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루마니아 바베시 보여이 대학교 정치학 교수 세르지우 미스코이우는 “많은 시민이 개헌안 추진을 사민당과 연관 지어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것을 보이콧했다. 정부에 커다란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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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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