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는게 죄가 되는 세상?...佛 채식주의자 테러 근절 나섰다

고기 먹는게 죄가 되는 세상?...佛 채식주의자 테러 근절 나섰다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8-09-13 14:00
수정 2018-09-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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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채식주의자들 정육점 공격 잇따르자...경찰 6명 체포

프랑스의 한 채식주의 단체 회원들이 2014년 10월 파리에서 정육점 종사자 복장을 한채로 동물에 대한 도살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도살과 육식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프랑스의 한 채식주의 단체 회원들이 2014년 10월 파리에서 정육점 종사자 복장을 한채로 동물에 대한 도살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도살과 육식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정육점 진열창에 돌을 던지고, 건물 외벽에 욕설을 적고, 가짜 피를 뿌리고….

프랑스의 급진적인 채식주의 운동이 확산되면서 정육점 업자들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자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영국 B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이 정육점과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을 공격한 급진 채식주의자 6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북부의 산업도시 릴에서는 올해 5∼8월 치즈 가게와 맥도날드 체인점, 정육점, 생선가게 등 9곳의 상점이 잇따라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가게가 문을 닫은 밤사이 누군가가 진열창에 돌을 던져 파손시키고, 가게 벽에 페인트로 “육식 반대” 등의 구호를 적거나 가짜 피를 마구 뿌리고 달아난 것이다.

경찰은 ‘비건’(모든 동물성 식재료를 거부하는 채식주의자)으로 불리는 급진 채식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보고 현장에서 수거한 DNA 정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벌였고, 지난 10∼11일 5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을 잇달아 자택에서 검거했다. 이들은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대표적 농업국가인 프랑스에는 치즈 종류만도 300여가지가 있으며 정육점에서도 수십 가지의 각기 다른 부위의 고기를 판다. 프랑스에서 먹거리는 신성하게 취급되며 국민생활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동물의 권리 보호를 주장하며 육식에 반대하는 채식주의자 일부가 급진화하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비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프랑스의 육식문화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채식주의자 식품에 ‘비건 소시지’ 등 육류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법이 통과됐다. 육류 식품에 대한 선호를 철저히 없애자는 것이다. 학교에 주 1회 이상 채식 식단을 제공하자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도 적개심을 쏟아냈다. 지난 3월 한 비건 활동가가 프랑스 남부도시 트레베의 슈퍼마켓에서 급진적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에게 살해당한 정육업자를 조롱했다. 이 활동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살인자가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한 것에 놀라지만 난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당한 일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후 테러 동조 혐의로 집행유예 7개월을 선고받았다.

정육점을 공격하고,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일부 극단적인 비건들의 행태는 ‘종(種)차별주의 반대운동’에서 비롯됐다. 종차별이라는 용어는 1975년 동물해방운동의 선구자 피터 싱어의 대표 저서 ‘동물 해방’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는 저서에서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이익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전역의 정육점 업주 1만 8000명이 가입한 육류소매상협회(CFBCT)의 장 프랑수아 대표는 지난 7월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누군가 채식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하거나 타인에게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프랑스 인구의 약 3%만 채식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서 고기를 먹는 일이 야만적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매일같이 SNS 등을 통해 공격받고, 동물권 단체에 위협을 받는 등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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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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