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마다 프랑스↔스페인 주권 교환하는 페장 섬 아시나요?

반년마다 프랑스↔스페인 주권 교환하는 페장 섬 아시나요?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1-29 10:30
수정 2018-01-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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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이 되면 총 한 번 쏘지 않고 섬의 주인이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간다. 피레네 산맥 근처 비다소아강 한가운데 자리한 페장 섬 얘기다.

3000㎡ 면적이며 아무도 살지 않는다. 2월부터 7월까지는 프랑스가, 8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는 스페인이 영유권을 갖는다. 벌써 350년 넘게 그렇게 하고 있다.

석달 동안 치열한 교전 끝에 두 나라는 1659년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와 스페인 국왕 필리페 4세의 딸이 혼인하며 피레네 조약을 체결했다. 이런 형태의 공동 주권 형태를 콘도미니엄이라 하는데 페장 섬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동 주권 지역이다. 당시 산 세바스티안 마을의 해군 지휘관과 프랑스 쪽 파트너가 바이용 협약을 맺어 둘이 섬의 지사가 되기로 했다. 하지만 둘은 스페인 이룬 시장과 프랑스 헨다예 시장이 이 섬을 관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약속해 오늘에 이르렀다.
헨다예 시의회 직원인 베누아 우가르테멘디아가 1년에 한 번씩 보트에 팀원들을 태워 이 섬에 와 잔디를 깎고 나무가지를 치는 등 소소한 일들을 한다. 물이 빠질 때는 스페인 쪽에서 걸어서 섬에 접근할 때도 있다고 했다. 스페인 경찰은 이곳에 불법으로 캠프를 치는 이들을 단속하기도 한다.

길이 200m에 폭 40m라 매우 좁은 이 섬은 이따금 양쪽 시민들을 초청해 오픈 데이를 진행한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나 관심 있어 하지 젊은이들은 역사적 의미를 전혀 몰라 시큰둥한다고 했다. 아무도 프랑스에서 스페인 쪽으로 관할권이 넘어가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350년 이상 늘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다. 그 때만 해도 양쪽 모두를 연결하는 다리가 있었다. 프랑코 총통 시절, 이곳 국경선은 치열한 감시를 받았다. 코테 에세나로 헨다예 시장은 스페인 내전 때 강을 따라 100m마다 감시 초소가 세워져 적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게 감시했다. 유명 사진기자 레이먼드 워커가 총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헨다예 쪽에서 아이를 안고 이룬 쪽으로 달려와 아이를 구한 사진으로 유명하다.
두 시의 시장은 1년에도 열몇 번은 만나 수질이나 어업권 같은 공동 관심사를 논의한다. 과거에는 스페인 어부들이 프랑스 보트 건조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지만 요즘에는 프랑스 관광객들의 카누가 자신들의 어업권을 침해한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정작 진짜 문제는 기후 온난화로 피레네 산맥의 만년설이 계속 녹아 강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수백년 동안 섬의 크기가 절반 가까이로 줄었고 계속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두 나라 모두 이 섬을 지키기 위해 돈을 들여 둑을 쌓거나 할 생각은 없다.

올해도 주권 양도식을 축하하는 특별한 행사는 없다. 한때 주권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그 나라 국기를 게양하자는 얘기도 있었으나 에세나로 시장은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에게 자신들의 것을 내걸자는 명분을 줄까봐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분쟁 없는 섬이 며칠 뒤 주권을 바꾸고 또 오는 8월에는 다시 스페인이 프랑스에 주권을 넘기고, 갑작스럽게 350여년 이어진 조약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이런 식으로 조용히, 평화롭게 주권이 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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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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