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이에는 이’ 맞추방 요청… 푸틴 “트럼프 태도 보고 결정”

러 외무 ‘이에는 이’ 맞추방 요청… 푸틴 “트럼프 태도 보고 결정”

한준규 기자
입력 2016-12-31 01:02
수정 2016-12-31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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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입 해킹’ 치고 받는 미·러

오바마 퇴임 불과 20여일 앞두고 “트럼프 그냥 넘길라” 우려에 전격 시행
트럼프 “넘어갈 때” 오바마 우회 비판
러 소행 결정적 증거… 신냉전 불가피

氣싸움
氣싸움 미국이 29일(현지시간) ‘대선 개입 해킹’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35명의 외교관 추방 등의 보복 조치를 발표한데 대해 러시아도 보복을 시사해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다. 사진은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퇴임을 불과 20여일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강도 제재에 나선 것은 미국 민주주의 근간인 대통령 선거가 러시아 해킹으로 송두리째 흔들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이번 사건을 덮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휴가지인 하와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동맹국도 러시아의 민주주의 방해 행위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킹은 러시아 고위층이 지시한 것”이라며 다시 한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했다.

미국 정부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해킹을 주도한 ‘팬시 베어’ 등 2곳의 배후로 러시아 정보기관을 지목했다. 지난 28일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는 러시아 해킹단체의 전략과 수법, 배후 등을 담은 13쪽짜리 합동 보고서를 발간했다.

러시아의 해킹 간여 사실을 처음 적시한 이 보고서에는 ‘APT28’(팬시 베어·Fancy Bear)과 ‘APT29’(코지 베어·Cozy Bear) 등 러시아의 해킹단체 2곳이 DNC와 클린턴 캠프의 선대본부장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 해킹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들 단체의 배후에 러시아군 총정보국(GRU)과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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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 개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0일 미국의 대러 제재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35명의 미국 외교관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 인물)로 선언해 추방할 것을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피 인물에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31명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 총영사관 직원 4명 등이 포함됐다.

그는 또 모스크바 북서쪽 자연휴양림 ‘세레브랸니 보르’(은색의 숲)에 있는 미국 대사관 별장과 모스크바 남쪽 도로즈나야 거리에 있는 미국 창고 이용을 금지하는 제안도 했다고 소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당연히 그러한 (미국 측의 대러 제재) 행동을 대응 없이 내버려 둘 수 없다. 상호주의는 외교와 국제관계의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외교관 추방 여부는 내년에 출범할 미국 새 행정부가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트럼프 당선자의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러시아가 모스크바의 영미식 국제학교(60개국 출신 학생 1250명 재학)에 폐교 명령을 내렸다는 CNN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러시아 외무부가 반박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자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더 크고 더 좋은 일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 없는 러시아 대선 개입 해킹 논란을 하루빨리 끝내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친러 성향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 후보로 지명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러시아와 관계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대선 개입 해킹이 러시아 측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공개된 이상 양측 간 어느 정도 냉각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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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6-12-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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