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 찍어 빚 갚겠다”…전문가들 “세계금융 붕괴” 맹공

트럼프 “돈 찍어 빚 갚겠다”…전문가들 “세계금융 붕괴” 맹공

입력 2016-05-10 07:49
수정 2016-05-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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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 먹는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트위터 캡처.
타코 먹는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트위터 캡처.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돈을 찍어서”, 즉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미국 정부의 부채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을 그리스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라면 무엇보다도, 돈을 찍어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국채가 너무 많이 발행돼 채권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더라도 “국채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기업 경영에서는 언제나 발생하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CNBC 인터뷰에서 “나는 부채의 왕”이라고 말하며, 만기가 돼 갚아야 하는 국채 가운데 일부는 상환하지 않은 채 “협상”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트럼프의 주장이 나오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금융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안전성’에 의심이 가면 금융시장에서 신용이라는 말에 의미가 없어지며, 투자자들이 모든 금융자산을 외면하고 금 같은 실물자산만을 보유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트럼프의 ‘돈 찍어 빚 갚기’ 발상에 대해 “모든 미국인이 금융시장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며, 그가 경제 현안과 관련해 “얼마나 허황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맹비난했다.

금융정보업체 라이트슨 ICAP의 루 크렌달 수석연구원은 트럼프의 주장대로 미국 정부가 채권자들에게 낮은 가격에 국채를 재매입하려 하더라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그들(채권자들)은 계약대로 돈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주의 정책연구기관 ‘아메리칸 액션 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에이킨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 금융무대에서 믿을 수 없는 상대로 여겨지는 일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북한 경제처럼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예산국(CBO) 국장으로 일했던 홀츠-에이킨 대표는 “트럼프가 ‘좋은 협상’을 성사시켰다 하더라도 다음 대통령에게 그 협상은 재앙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트럼프의 주장대로 정책을 실시해 미국 국채의 안전성이 흔들리면 “2008년 금융위기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여겨질 만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언론이나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채무 상환을 의무가 아닌 협상 사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언급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해진 조건에 따라 표시된 금액을 반드시 갚는다는 약속 때문에 채권이 유가증권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그런 속성을 바탕으로 금리나 가격이 정해지는 것은 물론 채권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파생상품의 가격이 책정되는데, 채권 상환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버리면 채권은 물론 채권과 연관된 모든 유가증권의 가격체계가 무너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설령 ‘협상’이 성사된다 해도 미국 정부는 채권자들에게 전보다 훨씬 큰 액수의 이자를 물 수밖에 없게 되고, 그에 따라 생기는 추가 부담은 세금을 더 걷는지와 무관하게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난 미국인들부터 디폴트를 선언한 그리스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빚을 제대로 갚지 않으면 개인이든 국가든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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