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부패 스캔들에…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물러나다

딸 부패 스캔들에…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물러나다

입력 2014-06-03 00:00
수정 201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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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카를로스(76) 스페인 국왕이 2일 재위 39년 만에 퇴위를 결정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날 방송을 통해 카를로스 국왕이 왕위를 아들인 펠리페(45) 왕세자에게 넘겨주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스페인에 민주주의를 처음 도입한 민중의 영웅이었다. 입헌 군주제와 군사독재가 반복되던 스페인에서 내란으로 권력을 잡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직접 선정한 후계자인 그는 프랑코가 사망한 1975년 즉위한 뒤 새 헌법을 제정해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는 1981년 군인들의 쿠데타 시도를 막아내기도 했다. 당시 군부가 의회를 공격해 의원들을 인질로 삼은 상황에서 카를로스 국왕은 군 지도부를 소집해 진정시킨 뒤 TV에 출연해 국민에게 민주 정부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프랑코 장군이 지목한 왕이었기 때문에 군 지도부가 내 말을 따라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로 191명의 국민이 숨졌을 때도 그와 소피아 왕비는 추모행사에 참석해 유가족을 보듬었다.

 그러나 이런 국왕의 인기도 스캔들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사냥 광이었던 그는 2012년 스페인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 초호화 코끼리 사냥을 간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그에게 치명타를 안긴 사건은 막내딸 크리스티나 공주가 2011년부터 수사를 받고 있던 남편의 혐의에 연루된 일이었다. 크리스티나 공주는 지난 1월 세금 유용과 돈세탁 혐의를 시인했다.

 2007년 ‘돈키호테’를 쓴 미겔 세르반테스와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제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페인인으로 꼽히기도 했던 카를로스 국왕의 인기는 날로 떨어져 갔다. 올해 초 스페인 중도 보수지 엘 문도의 설문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보다 9% 포인트 떨어진 41%로 나타났다. 아들인 펠리페에게 왕위를 물려줘야 한다는 여론은 지난해 46%에서 62%로 높아졌다.

 BBC 등에 따르면 라호이 총리는 이날 카를로스 국왕이 개인적인 이유로 왕위를 넘기기로 했고, 계속되는 고관절 수술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밝혔지만 공주 부부의 부패 혐의 수사 장기화 등 잇단 스캔들에 따른 부담이 그의 결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스페인 왕실뿐 아니라 유럽의 입헌군주 국가들에서 지난해부터 연로한 국왕들의 양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76) 여왕이 아들인 빌럼 알렉산더르(47)에게 왕위를 물려줬고, 이어 7월에는 벨기에의 알베르2세(80)가 아들 필리프(54)에게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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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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