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6월, 단두대로 유명한 프랑스의 베르사유 생피에르 교도소 앞에 새벽부터 군중이 몰려들었다. 연쇄살인범의 처형을 보기 위해서였다. 인근 카페는 밤새 문을 열었고, 처형 장면이 잘 보이는 창가는 돈을 받고 빌려줬다.
날이 밝도록 처형을 기다리던 군중 앞에서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졌고, 그 장면은 영상으로까지 촬영됐다. 국가의 형벌 집행이 구경거리로 변한 것이다. 처형 광경이 물의를 빚자 프랑스 정부는 일주일 뒤 공개 집행을 금지했다. 범죄 억제는커녕 죽음을 즐기는 군중을 만들어냈다는 판단에서다.
단두대는 본래 잔혹함을 줄이려 등장했다. 프랑스혁명 당시 신분별로 달랐던 처형 방식을 통일하고 고통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공포정치를 거치며 국가폭력의 상징이 됐다. 오랫동안 사용됐지만 이날을 마지막으로 군중 앞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1981년 프랑스는 사형제마저 폐지했다.
21세기 미국에서 공개 처형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총살형 집행을 생중계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대상은 2009년 텍사스주 군기지에서 13명을 살해하고 32명을 다치게 한 전직 군의관 니달 하산. 12월 3일 형 집행이 예정돼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생중계 계획을 발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을 의식한 듯 최종 결정은 자신이 내리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인사들은 물론 범행 생존자들까지 우려를 나타냈다. 사형제 찬반과 별개로 죽음을 볼거리로 만들어도 되느냐는 것이다.
최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첫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는 “사형은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흉악범의 처벌은 어느 사회에서나 달레마다. 하지만 범죄에 대한 분노를 정치가 이용하면 형벌은 정의보다 권력의 과시 수단이 되기 쉽다. 사형 집행을 생중계하려는 발상이 섬뜩한 이유다.
박상숙 논설위원
2026-10-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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