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무운과 몰이해/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무운과 몰이해/문소영 논설위원

문소영 기자
입력 2021-11-08 20:36
수정 2021-11-09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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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운’(武運)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나 또는 ‘무인으로서의 운수’로 돼 있다. 그러니까 ‘무운을 빈다’는 말의 의미는 전쟁과 투쟁 등에서 승리하라는 덕담이 되겠다. ‘무운을 빈다’는 주로 1970~80년대 만화대본소를 휩쓸던 무협지 등에서는 장수들이 서로 격려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클리셰(상투어) 같은 것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 대표에게 “무운을 빕니다”라고 했다. 클리셰에 가까운 진부한 이 발언은 곧 논란이 됐다. 행운을 빈다의 반대말로 ‘무운(無運)을 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해석된 탓이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으니, ‘운 없기를 바란다’는 식의 야박한 발언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제1야당의 대표가 아무리 젊고 패기 만만하더라도 그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정치적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겠나.

‘무운’ 논란은 곧바로 젊은 세대의 문해력으로 옮겨 간다. 한글 세대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다 보니 우리말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인 현실에서 문어든 구어든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견마지로니, 토사구팽이니, 조삼모사니 하는 사자성어들의 뜻을 모르는 세대가 오고 있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차라리 영어로 표현해 주는 게 더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라떼 이즈 호스’(나 때는 말이야) 개념을 빌려 보면 직장을 가지기 위해 ‘취업’(就業)이라는 단어 정도는 한자로 써서 목에 걸고 인력시장에 나왔어야 했던 1960년대와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자어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월 영화 ‘기생충’에 대해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쓴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 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라는 평이 문제가 됐다. 영화평에 명징이나 직조 같은 낯선 한자어를 써서 이해가 어렵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라떼 세대’에게는 명징이 낯설다는 말이 더 낯설긴 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다는 몰이해(沒理解) 같은 한자어를 ‘뭘 이해’와 같은 말장난으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유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것이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 몰이해라면 세대 간 언어의 단절을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스럽다. 30년쯤 전에 아버지를 남에게 이를 때 썼던 ‘엄친’(嚴親)이나 ‘가친’(家親) 등과 같은 단어는 이제 사어가 됐다. 한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한글전용으로 우리말을 풍부하게 가꾸고 지킬 수 있는지는 숙고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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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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