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북 특사/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북 특사/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20-06-24 17:46
수정 2020-06-2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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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란 게 국가 수반의 의중을 파견국 수반에게 전달해 의사소통의 다리를 놓는 중개역이다. 특히 남북처럼 분단국에서 특사는 막힌 대화를 뚫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6월 12일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끈 막후 주역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파견돼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발언을 이끌어 낸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로 포문을 연 대남 공세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1차 정점을 찍더니 김 위원장의 군사행동 계획 보류 지시로 당분간 소강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북측에 정의용·서훈 특사를 제안했으나 김 제1부부장에 의해 ‘위기극복용 특사놀음’이라고 조롱당하며 거부되는 수모를 겪었다.

북한이 특사를 거부한 게 정의용·서훈에 대한 비토인지, ‘뻔한 술수’라 표현한 대로 지금은 남북이 소통할 국면이 아니라고 판단해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북한의 대남 어깃장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기점으로 시작됐다는 점으로 미뤄 보면 결렬의 남측 책임자로 판단하고 있는 두 사람의 평양 입성을 탐탁지 않게 생각할 가능성은 높다.

김대중 정부 때 3차례 평양에 가 2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특사 후보로 거론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김정일 위원장에게 언제라도 평양에 와도 좋다는 프리패스를 받은 인사 중 한 명이다. 다만 지금은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 후선에 있고 고령(86세)인 점이 걸린다.

대북 특사는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그것을 북한도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임 전 장관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나오는 카드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문 대통령의 신뢰가 충분히 입증된 데다 2018년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막후에 있으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으로 임수경 전 의원의 방북을 주도한 전력 때문에 보수 세력의 안티가 거센 게 결정적인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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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남 ‘보복극’을 언제 멈출지 예상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군사행동 계획을 철회하라고 명령한 게 아니라 보류한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북 파탄 전에 대화 채널을 회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어 가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외교안보 라인의 조속한 정비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누가 됐든 평양도 수긍할 인물을 특사로 보내 하루빨리 소통해야 한다.
2020-06-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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