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조희연 ‘프로’!/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조희연 ‘프로’!/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9-01-10 22:06
수정 2019-01-1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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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기자였을 때 난감했던 일이 선배들의 호칭을 입에 익히는 거였다. ‘~님’을 붙이는 것은 암묵적 금기였다. 까마득한 선배들도 직함으로만 불렀다. 바깥에서 보자면 위아래도 모르는 살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불문율은 수평적 관계에서 기사를 고민하고 평가하려는 기초 작업이었다. 20년도 더 선배인 편집국장을 자연스럽게 평칭하기까지는 꽤 오랜 훈련(?)이 필요했다.

두말 필요 없이 언어는 의식을 담는 그릇이다. 위계 서열을 의식한 존칭은 은연중 행동과 판단을 제약한다. 그런 이유로 생산성이 떨어져서는 크게 손해인 기업체에서는 존칭 생략 문화가 자연발생적으로 자리잡는다. 어느 대기업은 임원과 평사원들이 서로를 “~님”이라 통칭하기로 이미 유명하다. 하룻볕이 무섭다는 군대에서도 계급장 다 떼고 “~님”이라 서로를 부르는 현실. 시절 따라 관계와 호칭에도 고민과 변화가 필요할 수는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겨울방학 중에 난데없이 ‘쌤(선생님) 논쟁’을 빚는다. 앞으로 학교 구성원들 사이 호칭을 ‘~쌤’이나 ‘~프로’ 등으로 통일하기로 하면서다. 교사들끼리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교사나 교장 선생님을 그렇게 부르게 하자는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직급과 직위로 나누는 호칭 문화와 위계적 관계 문화를 혁신하겠다”며 이런 내용을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 방안’이라고 내놓았다.

여론은 대번에 시끌시끌하다. 여과 없이 전하자면 귀를 의심하며 실소들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비속어와 외래어를 교육청이 혁신 방안이라고 앞장서 권유하느냐”, “바둑 기사도 아니고, 교사들이 왜 ‘프로’인가” 등 옮기기도 민망한 반응들이 끓는다.

국어사전에 ‘쌤’은 ‘‘쌤통’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포털사이트 오픈사전에도 있다. ‘선생님을 낮춰 부르는 느낌의 단어’라고. 이 블랙코미디 같은 혁신안을 내놓느라고 서울시교육청은 TF팀까지 만든 모양이다. 비판이 거세자 서울시교육청은 “호칭 가이드라인은 사제 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뒷수습에 진땀을 뺀다. 희망 학교들만 시범 실시하게 하겠다지만, 교육청 눈치를 살피지 않을 학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딴 건 몰라도 이 논란만큼은 왈가왈부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더는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전교조에서도 반대 논평을 냈을까. 호칭이란 인간관계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석되고 수용될 문제다. 아이들한테는 비밀에 부치자. 명색이 서울시교육청이 “선생님”을 공문 한 장으로 추방하려 한다는 사실은.

입바른 네티즌이 묻는다. “조희연 프로, 이거 웃자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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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9-01-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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