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노점, 거리의 가게/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점, 거리의 가게/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8-07-02 22:26
수정 2018-07-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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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 사육신묘 맞은편 길이 270m에 달하는 ‘노량진 컵밥거리’는 지역 명소다. 이 일대 학원가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인스턴트 음식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밥을 해결하는 곳이다.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과 수험거리를 잇는 육교 밑에 몰려 있던 컵밥 노점에 ‘공시생’들이 몰리면서 기존 상인들과의 마찰 끝에 동작구 중재로 옮겼다. 컵밥거리는 구청 중재로 통행의 불편은 물론 노점상과 상인 간 갈등도 해소하고 더 나아가 지역상권 활성화도 도모한 상생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노점은 기본적으로 단속과 관리 대상이다. 허가받지 않은 불법 노점상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준 7307개 노점 중 자치구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곳은 1000여개에 불과하다. 노점은 도로 무단 점용도 문제이지만 음식물의 보관 상태나 원산지를 알 수 없다는 위생관리 문제도 있다.

노점은 자본주의 시대 갈등의 집약체다. 상인들에게는 세금도 내지 않고 손님을 빼앗아 가는 경쟁자다. 노점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은 보행권을 위협받는다. 시민 불편과 상인 민원 제기에 행정관청은 단속과 강제 철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치인에게는 포섭 대상이다. 언제든 강제 철거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지만, 선거철에는 단속의 손길이 느슨해서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푸드트럭’이 합법화됐으나 정작 혜택을 받은 쪽은 노점상이 아닌 푸드트럭 제작 업체와 공급 업체였다.

영업 행태가 노점과 별반 차이가 없으면서 시의 지원을 받는 업태도 있다. 서울 여의도와 청계광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문화비축기지, 반포한강공원 등 6곳에 마련된 야시장이다. 시에서 조성한 노점인 셈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주변 광장은 매 주말 야시장이 열리는데 노점 물품인 귀걸이·팔찌 등 액세서리부터 향초, 머그잔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한다. DDP 주변은 한류 관광객들의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기존의 오래된 전통 노점상은 단속과 탄압의 대상이 되지만,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신흥 노점상은 보호 대상이자 홍보 대상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거리가게’ 허가제를 골자로 한 노점 합법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단속과 포용의 이중 잣대로 인한 논란을 접고 영세한 노점의 생계권은 보장하고 시민 보행권도 확립하는 세부시행 방안을 기대해 본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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