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광화문 육의전’/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광화문 육의전’/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11-13 22:02
수정 2017-11-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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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도성(都城) 한양은 정치의 거리와 경제의 거리가 분리되어 있었다. 도성 북쪽의 북악산에서는 두 개의 하천이 남쪽으로 흐른다. 서쪽으로는 백운동천이 자하문로를 따라, 동쪽으로는 삼청동천이 삼청로를 따라 이어진다. 두 물길이 합류해 만들어진 것이 청계천이다.
백운동천은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이르러 광화문 사거리 방향으로 크게 곡선을 그린다. 백운동천과 삼청동천 사이 삼각형 모양의 땅이 곧 정치의 거리였다. 북쪽에는 정궁(正宮)인 경복궁이 자리잡았고, 그 남쪽으로는 관청가인 육조(六曹)거리가 들어섰다. 백운동천과 삼청동천을 경복궁과 육조거리를 보호하는 일종의 자연 해자(垓子)로 활용한 것이다.

이 자연 해자 내부 지역은 사실상의 정치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 태종은 삼청동천 바깥 운종가(雲從街), 곧 오늘날의 종로를 경제의 거리로 만들었다. 개경의 시전을 본떠 이곳에서부터 동대문에 이르는 간선도로의 양옆에 국가 소유로 상인들에게 임대하는 점포인 공랑(公廊)을 지어 재정에 충당한 것이다. 광화문 교보빌딩과 광화문 D타워 사이 삼청동천이 흘러나가는 복개도로가 경계선이었다.

정치의 거리는 특권 계급의 공간이었다. 경복궁 서쪽 영추문과 백운동천 사이에 주거지가 일부 있었지만, 영조가 세자 시절 머물던 창의궁 터의 존재처럼 백성들의 공간은 아니었다. 반면 운종가는 ’높다란 종각 아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네’라고 노래한 조선 후기 문인 강이천의 시처럼 활력이 넘치는 서민들의 공간이었다. 실학자 이덕무는 ‘거리 좌우에 늘어선 천 칸 집에 온갖 물화 산처럼 쌓여 헤아리기 어렵다’고 했으니 종로의 육의전(六矣廛)거리를 가리킨다. ‘천 칸’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금 육조거리와 육의전거리는 모두 옛 모습을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존 양상은 조금 다르다. 육조거리는 다양한 이유로 과거 모습을 다시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육의전거리는 초입인 청진동부터 훼손되고 있지만 위태로운 가운데 적지 않은 지하 유구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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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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