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림동 파문/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림동 파문/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08-29 21:02
수정 2017-08-2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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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년경찰’에는 서울이라는 한 지붕을 이고 있는 천국과 지옥이 등장한다. 부유층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른바 ‘물 좋은’ 강남 클럽이 천국이라면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의 풍경쯤으로 묘사된 대림동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 지옥에 사는 중국동포들은 방사능에 오염되어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처럼 그려진다. 물론 주인공인 두 경찰대생은 “돈도 못 버는 경찰 뭐 하러 하느냐”고 비아냥대는 ‘개념 없는’ 청춘들로 가득 찬 강남 클럽 역시 결국은 지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제작사는 ‘청년경찰’을 만들며 ‘유쾌한 웃음’을 추구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액션이 가미된 코미디라는 뜻이다. 코미디의 특징은 말할 것도 없이 과장이다. 그 결과 현실성 없는 과장이 영화 전편을 지배한다. 강남 클럽에 대한 과장은 사회성을 담은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대림동에 대한 과장으로는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제작자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와 지역 주민이 그제 대림역 출구 앞에서 ‘청년경찰’의 상영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이 영화가 아무런 개연성 없이 중국동포를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고 중국동포들이 많이 사는 대림동을 범죄 소굴로 묘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들이라면 ‘나’와 ‘우리가 모여 사는 동네’가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에 작지 않은 충격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제작사는 ‘영화적 장치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제작사 대표는 “진정한 악인은 사회 상위계층이며 중국동포는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설정”이라면서 “혹시라도 불편함을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영화는 ‘정작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대림동의 조선족으로부터 위협받는 서울시민’처럼 그리고 있다. 벌써 “조선족들을 당장 중국으로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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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경찰’에 등장하는 장면은 당연히 허구다. 우리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영화인들에게 최대한 부여하려 노력할 때 한국 영화는 발전한다. 그런데 영화인들은 그렇게 허용받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배려하며 써야 하지 않나 싶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제작사는 ‘이화여대’로 되어 있던 납치 여학생의 가짜 학생증 속 학교 이름에 대한 항의를 받고 ‘한국대’로 바꾸었다고 한다. 중국동포가 훨씬 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이 제작사에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2017-08-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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