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교실 스마트폰 통제/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교실 스마트폰 통제/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7-07-25 22:48
수정 2017-07-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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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학부모총회. 새 담임 선생님은 학부모들을 처음 대면한 교실에서 큼지막한 가방을 교탁 위에 꺼냈다. 스마트폰 40개쯤 한꺼번에 꽂을 수 있는 보관 가방이었다. 학생들 이름과 번호가 적힌 가방 속을 열어 보이고는 “학교 예산을 더 들여 각별히 주문한 최신형”이라는 자랑을 덧붙였다. 그 자리에서 반색하지 않은 엄마는 한 사람도 없었다. 자물쇠까지 야무지게 달린 가방에 한결같이 흐뭇해진 표정들. 다들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만져 봤던 장면이 새삼 생각난다.
일본 아이치현의 작은 도시 가리야시(市). 지역 초·중등 학교들이 밤 9시 이후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3년 전 일이다. 학교들은 학부모 회의를 열어 밤 9시가 넘으면 자녀의 휴대전화를 학부모가 보관하도록 결의했다. 학교, 학부모와 교육 관청이 삼박자를 맞춘 강력한 실험이 지금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변함없이 유효한 가치. 지역사회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을 한마음으로 걱정했고, ‘뭐라도’ 현실적 대책을 강구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도 고민했다. 그런데 방향은 딴판이다.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초·중·고교생 스마트폰 학내 압수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개인 소지품을 교사가 검사하고 압수하는 것은 학생 인권 침해라는 논리다.

많은 학부모가 할 말을 잃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 발상인지 정책실명제를 하라”는 성토가 들린다. 만 16세부터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투표권을 주겠다는 내용도 새 인권계획안에 들어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향한 공격이 거세다. “스마트폰 압수 금지는 학생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들이다. 배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쓴 조 교육감은 억울할 게 없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했더니 청소년 14%가 인터넷·스마트폰 위험중독군이다.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이런 수치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조회 시간마다 스마트폰을 걷는 일이 담임교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기계’를 제출하고는 수업시간에 몰래 인터넷을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학교는 하소연한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이라도 스마트폰과의 거리 두기는 학부모 대부분의 절실한 바람이다.

자사고를 없애려는 취지는 일반고 살리기다. 엄마들이 기를 쓰고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려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탄탄한 면학 분위기가 최고의 덕목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서울시교육청이 죽을 꾀를 내고 있을 리 없다. ‘학생’ 인권과 ‘자연인’ 인권은 엄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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