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관정 빼놓은 ‘대한제국의 길’/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관정 빼놓은 ‘대한제국의 길’/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10-14 22:42
수정 2016-10-1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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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덕수궁을 중심으로 정동과 서울광장 일대 역사 자원을 연결하는 ‘대한제국의 길’을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옛 러시아공사관과 영국대사관, 정동교회, 성공회 성당, 환구단을 거치는 2.6㎞ 길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내년은 고종 황제가 1897년 환구단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 독립국임을 전 세계에 알린 120주년이니 뜻깊은 일이다.

앞서 서울시는 시청사와 성공회 성당, 서울광장과 환구단을 잇는 횡단보도를 차례로 개설했다. 빤히 바라보이지만 자동차 도로로 가로막혀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것은 물론 심리적 거리마저 벌어졌던 양쪽의 거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대한제국의 출발을 알린 환구단과 황궁으로 쓰인 덕수궁 사이도 그만큼 가까워졌다.

그런데 ‘대한제국의 길’ 계획도를 보면서 의아한 것이 있었다. 대한문과 서울광장, 환구단을 거쳐 서울시 청사 뒷길로 이어져 역사문화광장에서 마무리되는 ‘대한제국의 중심’ 코스가 그렇다. 아무리 살펴봐도 대한제국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될 곳이 보이지 않는다.

대한제국의 영빈관이었던 대관정(大觀亭)터가 그렇다.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환구단 바로 앞에 마련한 황실 귀빈의 숙소였다. 1899년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의 친동생인 하인리히 친왕(親王)이 방한했을 때도 머물렀다. 하인리히 친왕이 덕수궁에서 고종 황제를 알현하자 황제는 답례로 황태자를 대동하고 대관정을 방문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경운궁, 즉 지금의 덕수궁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대관정에 아름다운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04년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서울에 진주한 일본군 임시파견대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쓰는 무단으로 대관정을 점령해 사령부로 썼다. 러일전쟁의 승리로 이듬해 을사조약을 강제할 때는 특사로 찾아온 이토 히로부미가 머물며 시시각각 경운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고받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소공로는 대한제국이 경운궁을 중심으로 개설한 방사형 도로의 한 축이다. 현대적 도시 계획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대한제국을 선포한 환구단은 일제가 1913년 헐어 버렸고 부속시설인 황궁우만 남아 있다. 환구단 자리엔 일제가 철도호텔을 지었고 지금은 조선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역사성이 있는 소공로가 ‘대한제국의 길’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소공로를 포함해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대관정 유구는 부영그룹의 호텔 신축 계획에 따라 불행하게도 같은 자리이기는 하지만 건물 2층에 자리잡게 됐다. 전시관도 만든다지만 옹색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소공로가 ‘대한제국의 길’의 일부가 되어 대관정 터에 탐방객이 몰려든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호텔 사업자도 대관정 유구 보존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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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10-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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