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민화협의 대북 수해 지원/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민화협의 대북 수해 지원/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6-09-23 18:02
수정 2016-09-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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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외부 세계의 인도적 지원 분위기가 가라앉은 형국이다. 함경북도에서 전례 없이 극심한 수해를 입었지만, 온정의 손길을 뻗치려는 국내외 구호 단체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SOS를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8월 말∼9월 초 함북을 휩쓴 태풍으로 해방 후 처음인 대재앙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수백 명의 사망·실종자와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현지 실사한 유엔과 국제적십자사도 ‘50∼60년 만의 최악 수준’으로 봤다.

하지만 구호 요청에 응답한 사례는 드물다. 세계식량계획(WFP)이 영양 비스킷 77t, 콩 79t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 정도다. 국내 59개 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도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물론 대북 지원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빌미는 북한 당국이 제공했다. 엊그제 발표된 리얼미터·CBS 공동 여론조사에서 인도적 차원으로 식량과 의약품 등 대북 구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33.8%에 그쳤다. 반면 5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기조인 만큼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은 55%에 달했다. 국제 여론도 싸늘하다. 핵실험 버튼을 누른 김정은이 수해 현장은 외면한 채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에서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다.

정부가 지원을 망설이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인도적 지원이 폭압적 독재 체제하 북한 주민의 고통을 장기화하는 역설을 빚을 것이란 우려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이런 시점에서 그것(수해 지원)의 공은 다 김정은에게 간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의 인도적 지원이 ‘분배의 투명성’이 무시되면서 북 세습정권의 공고화에 악용된 측면을 지적한 셈이다. 현금이 아닌 지원 물품조차 북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전용된 사례가 적잖았다는 뜻이다. 북한 정권은 남측이 지원한 쌀을 중국에 팔아 차액을 남기고 값싼 싸라기쌀을 주민들에게 나눠 준 전력도 있다니….

그렇다 하더라도 최악의 홍수로 집을 잃고 추위에 떠는 북 주민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나. 그래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대북 지원 움직임이 주목된다. 우선 지원 품목으로 어린이용 방한복을 선정한 대목이 눈에 띈다. 시멘트나 쌀 등과 달리 북한 정권의 전략 물자로 전용될 소지가 적다는 점에서다. 민화협 측은 “수해 지역이 한반도 최북단이어서 한 달 뒤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모금을 통해 방한복을 구매해 정부의 허가가 나면 들여보내겠다는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방한복이라면 정부로서도 북한 정권이 포기한 북한 주민의 민생을 대신 돌보는 역발상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핵 폭주’에 여념이 없는 김정은이 이를 수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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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6-09-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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