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남산 곤돌라 사업 중단 유감/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남산 곤돌라 사업 중단 유감/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16-08-15 22:56
수정 2016-08-1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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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拙速)이란 말이 있다. 어설프게 빠르다는 의미인데 보통 졸속행정이란 말로 정부와 지자체의 부실행정을 비판할 때 종종 인용된다. 졸속행정은 설익은 정책을 제대로 점검하지도 않고 관료들의 탁상공론으로 결정됐다가 실제 정책 현장에서 숱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결과로 귀결되곤 한다.

졸속행정은 그 사례를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해 감사원 조사결과, 4000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국가정보화 사업은 물론 국론 분열까지 치달았던 영남권 신공항 추진과 성주 사드 배치 결정 등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최근 졸속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른 것이 서울시가 추진했던 남산 곤돌라 사업이다. 불과 5개월 전 서울시는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 계획’을 통해 대기 질과 보행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친환경적 교통수단인 곤돌라 설치 사업을 발표했다. 총 188억원을 들여 20대 규모의 곤돌라를 설치하면서 2018년까지 화석연료를 쓰는 모든 차량의 남산 진입을 막으며 대체 수단인 곤돌라로 교통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하루 평균 1만 3000명을 태운 관광버스 400대가 진입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밝혔고 주말 평균 1시간 30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한 케이블카 운송 문제도 거론했다. 전국의 환경단체들은 즉각 ‘2016 남산 곤돌라 설치 시민참여 열린 대토론회’를 열고 자연환경 파괴를 중단하라고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은 환경 친화적 사업”이라고 반박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과시했다.

남산 케이블카 관광객 수요까지 수치로 제시하며 곤돌라의 필요성을 강변했던 서울시가 돌연 사업을 중단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남산과 한양도성 경관에 곤돌라를 설치하는 게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설명이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해 보인다. 한양도성 유네스코 서울유산 등재 추진은 박원순 시장의 야심 찬 계획이다. 2014년부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추진했고 올 하반기 현장 실사를 앞둔 상황이다.

남산 곤돌라 설치 계획이 하루아침에 중단된 것과 관련해 내년 대선에서 큰 꿈을 꾸고 있는 박 시장과 연결짓는 시각도 많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일등 공신인 ‘청계천 복원사업’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환경단체들이 반대하는 사업을 펼치는 것보다 대국민 홍보에 편리하고 행정가로서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대선 가도에 유리할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뒷공론이 무성할 정도로 남산 곤돌라 설치 중단은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서울시에 대한 신뢰마저 추락시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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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2016-08-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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