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스타벅스와 전통 색채/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스타벅스와 전통 색채/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05-27 17:54
수정 2016-05-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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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은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두오모라고도 불리는 대성당의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상점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오른쪽의 라 리나첸테 백화점에는 패스트푸드 버거킹의 체인점이 자리잡고 있다. 패스트푸드를 즐기지 않아도 빨간색이 많이 들어간 이 회사의 간판 디자인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장식이 없는 베이지색 천에 검은색 글자만 특유의 타이포그래피로 써 넣은 밀라노 대성당 광장의 버거킹 간판은 세계 어느 곳의 그것과도 달라서 오히려 인상적이다. 동시에 튀는 색채로 유서 깊은 문화유산 밀집 지역의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깨지 말아야겠다는 밀라노 사람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슬로푸드 지향의 먹거리 문화가 햄버거 같은 미국식 패스트푸드 문화에 ‘오염’되는 것을 우려하는 유럽이었다. 국제슬로푸드운동본부가 있는 브라에서 멀지 않은 밀라노는 지난해 ‘음식’을 주제로 엑스포를 열었을 만큼 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고장이다. 그렇다고 패스트푸드 문화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두오모 광장의 맥도널드 간판은 현지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외래 문화에 요구한 결과다.

패스트푸드는 유럽에 진출하면서 적지 않은 ‘저항’을 겪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쿨싱겔 거리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이 대표적이다. 특유의 울긋불긋한 색깔로 뒤덮여 ‘로테르담에서 가장 보기 싫은 건물’로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주민 투표 끝에 새로운 단장이 이루어졌다.

설계는 네덜란드의 ‘메이 아키텍트’가 맡았다. 건축의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가치를 끌어내는 재생 작업으로 유명한 회사라고 한다. 나선형 계단의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다운 새 건물에서는 ‘맥도널드 컬러’가 퇴출되면서 주변 건물과 색채의 조화도 이루어졌다.

이제 유럽의 맥도널드에서 붉은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회색, 검은색, 카키색 등 짙은 바탕에 흰색 글자가 대세다. 노란색 로고마저 쓰지 않는 나라가 있는 것은 이 색깔도 고도(古都)의 외부 간판용으로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맥도널드 역시 붉은색 사용을 줄여 가는 추세지만 제도적 규제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서울시가 서촌(西村)에 프랜차이즈 업체의 신규 영업 허가를 아예 내주지 않기로 했다. 버거킹, 맥도널드, 켄터키치킨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은 물론 스타벅스와 카페베네 같은 국내외 커피 체인점도 모두 새로 열 수 없다. 동네 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라지만, 전통적인 서촌 고유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짙게 깔려 있다. 삼청동을 비롯한 북촌(北村) 일대는 정책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너무나도 빨리 망가졌다. 서울이 2000년 역사 도시의 색깔을 유지하려면 대상 지역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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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5-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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