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육조거리 복원/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육조거리 복원/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05-05 18:04
수정 2016-05-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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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2년 개경에서 새로운 왕조 조선의 문을 연 태조 이성계는 1394년 한양 천도를 결정한다. 곧 신도궁궐조성도감(新都宮闕造成都監)을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수도의 도시계획에 들어간다. 경복궁과 종묘를 건설하는 공사는 해를 넘기지 않고 착공했고, 이듬해에는 벌써 기본적인 골격이 완성된 듯하다.

1398년 태조는 새로운 도성의 여덟 개 아름다운 경치’(新都八景·신도팔경)를 담은 병풍을 대신들에게 나눠 주는데, 정도전은 시를 지어 화답한다. 그런데 ‘신도팔경’의 하나인 ‘열서성공’(列署星拱)은 곧 ‘첩첩이 들어선 관아 건물들을 별들이 호위하고 있다’는 뜻이니 이때는 육조거리도 이미 완성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육조거리란 경복궁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던 관청거리를 뜻한다. 광화문에서 광화문 사거리에 이르는 광화문광장과 그 양쪽 거리가 육조거리에 해당한다. 오늘날의 중앙부처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육조(六曹), 즉 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가 모두 이곳에 들어서 있었다.

육조거리의 배치는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과 신하들이 하례하는 자리인 품계석의 배치와 흡사했다. 근정전의 국왕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문관(文官), 오른쪽에는 무관(武官)이 섰다. 육조거리도 광화문에서 볼 때 왼쪽에는 국정을 총괄하는 의정부를 필두로 예조·이조·호조와 한성부가, 오른쪽에는 국방을 총괄하는 삼군부와 중추부·사헌부·병조·형조·공조가 들어섰다. 예조는 오늘날의 세종문화회관 쪽에 있었지만 대원군이 삼군부를 부활시키면서 길 건너로 옮겨 갔다.

육조거리는 한양도성에서도 가장 넓은 길이었다. 조선은 성리학을 국시로 내세운 나라인 만큼 중국의 ‘주례’(周禮)를 각종 제도의 근간으로 삼았다. 천자의 궁궐에 이르는 큰 길은 9궤, 제후의 궁궐에 이르는 큰 길은 7궤다. 궤(軌)는 수레 한 대의 폭으로 8자에 해당한다. 예종 원년(1469) 반포한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은 제후국의 기준에 따라 육조거리의 폭을 56자, 즉 17.48m로 규정했다. 당시 건축에 쓰던 영조척(營造尺)은 한 자가 31.24㎝다. 하지만 발굴 조사 결과 육조거리의 실제 폭은 무려 58m에 이르렀다. ‘황제의 길’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서울시가 엊그제 육조거리를 복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육조거리 터에는 지금 정부중앙청사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한미국대사관, 세종문화회관 같은 역사적 의미도 상당한 대형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육조거리를 100% 복원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했으니 현실 감각은 분명하다. 그럴수록 경복궁에 못지않은 가치가 있는 육조거리가 오늘날 그야말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은 문제다. 서울시는 복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옛 관청가(街)의 분위기라도 되살려 내면 성공일 것이다. 서울시의 실력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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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 @seoul.co.kr
2016-05-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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