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명훈 이후/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명훈 이후/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5-12-30 20:42
수정 2015-12-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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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떠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박현정 전 대표의 성희롱 및 막말 파문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다. 부인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더해지면서 결심을 굳힌 것이 아닌가 싶다. 정 감독이 2006년 취임한 이후 서울시향은 놀랍게 성장했다. 서울시향이 한국의 대표적인 교향악단으로 자리를 굳힌 것은 물론 교향악계 전체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그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정 감독과 서울시향의 동거는 처음부터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았다. 정 감독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이 출범한 이후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자리에서 정 감독보다 많이 받은 사람은 없었다. 대통령이나 이른바 5부 요인의 연봉 또한 정 감독의 그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마에스트로 정 자신은 매우 합당한 대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늘날 문제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대도시의 이름을 딴 두 교향악단을 비교해 보자. 뉴욕필하모닉의 한 해 예산은 7000만 달러(약 821억원) 안팎이다. 시민과 기업의 기부금이 3000만 달러(약 352억원)를 넘지만 뉴욕시의 지원금은 20만 달러(약 2억 34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서울시향의 예산은 170억원을 조금 넘는다. 2013년의 경우 공연과 일반 사업, 그리고 후원금으로 충당한 비용이 44억 안팎이었고 서울시 출연금이 110억원이었다. 뉴욕필이 후원금으로 굴러간다면 서울시향은 세금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교향악단에서 연주 활동을 했던 정 감독이 세금으로 운영하는 악단에서는 어떻게 처신이 달라야 하는지 고민한 흔적은 별로 없다. 민간 교향악단에서 비행기 좌석이나 호텔의 업그레이드는 당연한 서비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향에서는 예산 항목에 없는 지출이 비리로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예술에 대한 민간 후원 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한 나라에서 몸값이 천정부지인 거장을 세금으로 초빙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무모함이었다는 뜻이다.

음악계가 더욱 뼈아프게 생각해야 하는 대목은 정명훈 예술감독 시대를 구가하는 동안 뒤를 이을 젊은 지휘자 그룹을 키워 내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정 감독 시대가 음악계의 태평성대였던 것 같지만, 그가 떠나고 났을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정 감독이 스스로 맡아 주었으면 좋았을 중요한 역사적 소명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의 문제이자 우리 음악계의 한계일 뿐이다. 서울시향은 “여봐라!”라는 듯 정 감독 시대보다 더욱 사랑받는 교향악단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시민과 서울시가 더욱 합심협력해 서울시향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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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12-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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