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태극기 게양대 논란/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태극기 게양대 논란/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5-12-16 23:06
수정 2015-12-1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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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태극기 게양대 논란이 심상찮다. 휘날리는 태극기는 아름답다. 보는 것 자체로도 뿌듯하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우러난다. 국기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5조는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태극기는 곧 대한민국의 엠블럼이다. 다툼의 주체는 국가보훈처와 서울시다. 쟁점은 게양대의 위치다. 태극기를 어디에 다느냐다. 보훈처가 제시한 장소는 수도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이다. 2009년 8월 1일 서울의 중심 세종로를 차량 중심에서 인간 중심 공간으로 바꾼 ‘한국의 대표 광장’, ‘도심 속의 광장’, ‘도시문화 광장’이다.

보훈처는 지난 6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서울시와의 협약서(MOU)에 서명한 뒤 광화문광장에 게양대를 세우는 사업을 추진했다. 세종대왕 동상 뒤편이다. 광화문광장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곳이다. 태극기를 광화문광장에 영구 게양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애초 게양대의 높이도 광복 70주년에 걸맞게 70m를 계획했다가 서울시가 난색을 표명하자 광복절을 의미하는 45.815m로 줄였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광화문광장 대형 태극기 상시 설치를 거부한다”는 불가 입장을 보훈처 측에 전달했다. 영구 설치는 시민들 정서에 맞지 않고 주변 경관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근거로 댔다. 정부서울청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정부 시설 부지 내 설치를 대안으로 내놨다. 게다가 광화문광장이 필요하다면 내년 3월까지라는 한시적 조건을 달았다. 회의에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찬반 의견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서울시가 독립공화국이냐”, 다른 쪽에서는 “권위적 시대로의 회귀, 전근대적”이라며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도 보훈처를 거들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어제 “박원순 서울시장의 국가관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다”며 서울시의 협조를 촉구했다.

광화문광장 주변에는 항상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국기법 제8조에 의거해서다. 광화문광장을 둘러보다 보면 태극기 게양 논란의 인식 강도에 따라 “참 많구나”, “참 적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의식하면 할수록 더 눈에 잘 띈다. 컬러배스(color bath) 효과다.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 앞에는 대형 성조기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시벨레스 광장 분수대 주변도 마찬가지다. 중국 톈안먼 광장에는 대형 오성기 게양대가 있다. 그러나 나라마다 게양대의 위치나 높이는 다르다. 국가 정체성이나 자존감과는 별개다. 때문에 서울시의 입장도 일리 있다. 보훈처도 다시 심사숙고해봄 직하다. 현명할 필요가 있다. 정치 쟁점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와 보훈처가 만나 대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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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5-1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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