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TV에 의존하는 노년 문화/서동철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TV에 의존하는 노년 문화/서동철 수석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입력 2015-09-29 18:04
수정 2015-09-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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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를 비롯해 지하철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거론한다. 무임승차는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같은 정부의 법률에 근거한 복지제도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지하철을 이용한 사람의 13%가 무임승차 인원이라고 한다. 무임승차의 대부분은 짐작처럼 65세 이상 노년층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운영 적자의 60~70%가 무임승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추세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니 주장대로라면 지하철 운영 적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들이 노년층 무임승차제도를 없애겠다고 나서지는 않는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정부가 만든 법률에 따라 늘어나는 부담은 보전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년층의 생각은 다르다. 어차피 온종일 다니는 지하철에 노인들이 더 탔을 뿐인데 비용이 더 들게 무엇이 있느냐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주장에는 물론 다소의 오해도 없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노년층이 대중교통 수단을 무료로 이용하지 못해 집에만 있으면 식구들과의 불화로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것은 물론 운동 부족에 따라 의료비 부담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 의료비 증가는 곧바로 국가의 복지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무임승차 제도에 따라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기는 했지만 막상 갈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지하철 노선이 연장될 때마다 소요산과 일대 음식점이 붐빈다거나 온양 온천에 다시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여유가 있으면서 친구들과도 어울리는 사회성 정도는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해도 매일같이 산이며 온천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탑골공원에 많은 노년층이 모이지만 참여할 만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은 25.6%만이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미만 연령층의 만족도 35.4%보다 훨씬 낮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람은 25.0%, ‘그냥 그렇다’는 사람은 무려 49.4%에 이르렀다. 노년층 대다수가 불만족스럽거나 무덤덤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실상 TV가 ‘인생의 마지막 반려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초연금이 도입되어 433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최고 20만원의 기초연금은 노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밥을 굶지 않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작지 않다. 하루 세 끼를 해결한 다음의 노년층 복지는 당연히 문화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는 노년층 복지를 다룰 최소 단위의 전담 조직조차 없다. 정치권도 줄줄이 다가오는 선거가 무섭지도 않은지 무관심하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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