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6급 주사’ 동장/주병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6급 주사’ 동장/주병철 논설위원

주병철 기자
입력 2015-07-26 18:00
수정 2015-07-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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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이름 중의 하나가 동장(洞長)이다. 동장은 특별시 및 시의 최하위 행정구역인 동 주민들의 행정 업무와 민원 업무 등을 처리하는 최일선 지방행정 기관장이다. 경찰조직 내 계급으로 보면 파출소장쯤 된다. 2007년 9월 행정자치부가 동사무소의 명칭을 동주민센터로 바꾸면서 직함이 ‘동사무소 동장’에서 ‘동주민센터 동장’이 됐다. 전국에는 144개 시·구 산하에 2083명이 있고 서울에만 25개 구에 423명이 있다. 직급은 5급 상당의 별정직 지방공무원 또는 지방행정사무관이며 임기는 따로 정해진 게 없다.

동장이란 명칭은 1949년 8월 지방자치법에 따라 처음 생겼다. 일제 강점기 말에 전쟁 수행 등 통치 목적으로 지역을 잘게 쪼갠 단위 정회(町會)가 전신이며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정부가 정회를 동회(洞會·대표자 동회장)로 했다가 동장으로 다시 바꿨다. 조선시대에는 전국 8도 밑에 부·목·군·현이 있고 그 아래 면(面)과 리(里)까지 있었다. 지금의 면장, 이장이란 명칭은 그때 생긴 것이다.

1990년 말까지만 해도 동장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주민등록 등초본·인감증명서 발급과 병무, 전출입·출생신고·사망신고 등이 업무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 이후 기초생활수급자·기초노령연금 등 사회복지 관련 업무가 늘면서 동장의 역할이 커졌다. 지금은 지역 주민을 위한 일자리 알선·장애인 지원 등 복지서비스까지 책임지고 있다. 동사무소를 동주민센터로 명칭을 변경한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일 게다.

동장의 하루는 반복의 연속이다. 주민의 민원 업무와 대소사를 챙기는 건 기본이다. 새마을운동협의회, 대한적십자사, 자유총연맹 등 각종 단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찾아다니며 접촉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질서 지키기 캠페인, 눈 치우기, 전봇대 부착 유인물 제거하기, 부정 승차 단속, 쓰레기 대청소 등은 이들의 협조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동마다 각종 단체가 10~20개나 된다. 경북 영천시 고경면장을 지낸 정상용씨가 15개월간 완산동장으로 지내면서 쓴 일기를 모아 펴낸 ‘동장 일기’에는 동장의 하루 일과가 담겨 있다.

동장의 면면도 크게 달라졌다. 종전에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사무관이 주로 발령났지만 90년대 후반부터는 입법·행정고시 출신의 젊고 능력 있는 사무관들이 대거 투입되는 등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동주민센터 동장에 여성도 적잖다. 얼마 전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직위공모를 통해 본청 6급 주사를 사무관 자리인 금호1가 동주민센터 동장(김규식·53)으로 발탁해 화제다. 여기에다 정부가 올해 내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를 고쳐 민간인도 동장을 맡을 수 있게 했으니 지자체의 잇단 파격 실험은 계속될 것 같다. 동장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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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5-07-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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